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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44)

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
담양뉴스는 새로운 생활문화 코너로 우리 지역에서 꽃차전문가로 활동중인 茶田 송희자 님의 ‘꽃차이야기’를 월2회 가량 게재합니다. 茶田 송희자 님은 ‘茶田(차밭)’ 이라는 호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차와 우리 꽃을 소재로 오랜 시간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책을 펴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있는 꽃차 전문가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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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어우러져 일으키는 향 꽃차블렌딩

첫눈이 하얗게 펼치고 지나갔다. 
김장철이라 여기저기 배추와 무가 쌓여있다. 하얀 입김에 구부러진 허리가 추운 겨울 밥상을 따뜻하게 해줄 것이다. 이때쯤 되면 따뜻한 꽃차 한 잔 손에 감싸고 창밖을 바라보며 잠시 쉼을 소유할 수 있다. 스치고 지나가듯 잊고 지난 꽃차들을 꺼내어 다시 새로움을 입혀 마시곤 한다. 

꽃차블렌딩(꽃차혼합)은 재료가 되는 꽃차가 가진 본연의 색·향·맛 궁합 혹은 성미·성질·성분의 궁합을 고려한 기본 법칙을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방에서 흔하게 접근할 수 있는 사물탕과 십전대보탕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재료가 되는 여러 가지 약재를 정해진 비율에 맞게 사용해야 일정한 약효를 보장하며 부작용 확률을 낮출 수 있다. 즉 여러 재료를 혼합할 때는 기본적인 법칙을 준수하는 것이 이상적인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이러한 이상적인 혼합을 위해서는 각각의 꽃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은 탓에 오늘날 많은 이들이 꽃차혼합 시 어려움과 오류를 겪는다. 예를 들어 무작위로 꽃차를 혼합하거나, 나아가 혼합한 꽃차를 마치 약처럼 꾸며 홍보 및 판매하는 등의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혼자서 음용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대중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거나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할 때는 경각심과 책임감을 느낀다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꽃차블렌딩의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백화차를 소개한다. 백화차는 1년 사계절 동안, 백 가지의 꽃차를 혼합한 꽃차를 의미한다. 꼭 100가지가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여러 가지 다양한 수의 꽃차를 모아 만든 꽃차를 상징적으로 일컬어 백화차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음맑은 우리꽃차(아카데미북, 송희자, 2004)』에서는 백화차를 소개하며 더불어 10가지 내외로 혼합한 차를 ‘십화차’ 또는 각기 명칭을 달리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었다. 꽃차를 하며 30가지 내외의 차를 혼합하여 백화차라고 말하는 것은 망설여지는 일이다. 조심스럽지만, 적어도 50가지 이상은 혼합을 해야 백화차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어디서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에 따라 각자 부르는 이름이 다를 수 있지만, 오늘날 ‘백화차’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단순히 10가지 내외 혹은 그 이하로 적은 수의 꽃차를 혼합하며 ‘백화차’라 부르는 일이 잦아졌다. 혼합비율과 조합도 일관되지 않거나 무작위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더불어 최근 이것이 국내는 물론 해외로까지 알려지고 있으니, 마음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는 안타까움의 파도는 도저히 막을 방도가 없다. 

백화차의 재료가 되는 100가지 꽃에 대한 족보 격의 책으로 『맑고 향기로운 우리꽃차(아카데미북, 송희자, 2010)』가 있다. 백화차는 대한민국의 사계절을 담은, 가장 한국적인 꽃차다. 국내에서 자생하는 사계절 백여 가지 꽃의 색·향·맛·모양을 보존하여 꽃차로 만드는 과정에 1년, 비율에 맞추어 혼합하는 데 일주일, 혼합 후 숙성하는 기간에 6개월이 소요된다. 인내와 정성으로 빚어낸 사랑과 화합의 차, ‘백화차’. 이러한 백화차의 정체성을 기억한다면, 앞으로 꽃차인들로 하여금 명칭 사용에 주의가 기울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꽃차블렌딩은 기본적으로 꽃차와 꽃차, 즉 꽃차 각각의 장점을 서로 혼합하여 이상적인 조합의 혼합꽃차를 의미하며, 앞서 말한 ‘백화차’, 아카시아꽃차와 맨드라미꽃차를 혼합한 ‘꽃눈물차’ 등이 대표적이다. 생화로 먹을 수 있는 꽃인 팬지, 아카시아, 유채, 국화꽃잎 등은 어느 차와도 잘 어울리고 혼합할 수 있다. 하지만 식품으로 꼭 익혀먹어야 하는 꽃인 매화, 도화, 목련, 구절초, 홍화 등은 각기 비율을 정하고 꽃의 향과 성분을 고려하여 혼합해야 한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 ‘괜찮다’라고 느끼는 것을 대중에게 전달할 때는 반드시 객관적 검증을 거치길 권장한다. 잘 모를 때는 혼합 보다 마시는 방법, 즐기는 방법을 다양하게 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다른 한 편으로 꽃차블렌딩은 꽃차 한 가지로 부족한 부분을 잎차, 열매차, 뿌리차와 혼합하여 완전체를 만든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꽃차와 꽃차 이외를 혼합할 때는 기본 법칙이 있다. 꽃이 80% 이상이어야 꽃차 본연의 색·향·맛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300ml 다관에 국화차 1g과 박하차 한 꼬집을 함께 혼합하여 마신다면 국화의 향과 박하의 단맛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풍부해짐과 동시에, 많이 마셔도 부담이 되지 않는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박하 대신 녹차를 혼합하여 마신다면 감기 예방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외에 꽃차와 잎차를 혼합하는 경우로 매화차, 난꽃차, 국화차, 대잎차를 혼합한 사군자차(四君子茶), 복숭아꽃차와 녹차의 8:2혼합 등이 있다. 꽃차와 잎차와 열매차를 혼합하는 경우로 국화차, 인삼열매차, 귤피차, 녹차를 혼합한 왕애차(王愛茶) 등이 있다. 혼합꽃차는 각각의 재료가 가진 상징과 특징을 고유의 정체성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데에 있어서 매력이 크다. 예를 들어 사군자차는 군자의 덕과 문학 작품을 이야기하며 지역을 소개할 수 있고, 왕애차는 조선 왕조와 효(孝)에 대해 설명하며 부모와 가족의 소중한 가치를 기억하게 해준다. 

노지의 꽃들이 저물어가고, 겨울로 들어섰다. 들녘의 대나무가 부딪히는 소리를 듣는다. 사군자차가 향긋하게 우려지며 퍼뜨리는 온기가 집 안에 가득하다. 꽃과 꽃은 서로 만나 어우러지며 어떤 이야기를 할까 엉뚱한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한 잔을 채우며, 한 데 모여 재잘거릴 꽃차들 생각에 따뜻한 겨울의 시간을 걷는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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