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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28)/ 오래된 이야기, 미래의 이야기임선이(담양군문화도시추진단장)

며칠 전 서울에서 지역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좌담회가 있어 다녀왔다. 
[서사의 위기, 지역의 미래]라는 주제를 통해 자꾸만 축소되어 가는 지역은 무엇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 위한 자리였다. 

세 곳의(경북 구미시, 강원 고성군, 전남 담양군) 지역에서 올라온 문화기획자들은 각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어내주었다. 예산의 축소로 인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문화영역은 말 그대로 지역의 모든 이야기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단체를 만들어 7년 여간 지역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구미의 문화기획자는 민간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공모사업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문화기획들을 펼치고 있는데 지역의 현실은 녹녹치가 않아서 향후에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고민을 하면서도 기존에 펼쳐왔던 지역의 활동가들에게 동료를 만들어주는 일을, 앞으로도 그들에게 좋은 이웃, 다정한 이웃을 만들어주는 문화기획을 하려고 한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었다. 

문화도시 2.0을 준비하고 있는 고성군문화재단은 2023년 한 해 동안 문화의 불모지에서 문화 씨앗을 뿌리는 활동 자체를 즐기며 지금 이 시간까지 지나온 것 같다며 문화도시 2.0의 선정여부를 떠나서 지역의 문화를 알아가는 시간만으로도 힘이 된다라고 하였다. 

두 지역의 사례를 들으면서 담양을 되짚어 보게 된다. 
폐산업시설을 문화거점으로 만들어 담양의 예술문화를 정착시킨 담빛예술창고, 해동문화예술촌은 문화담양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 문화예술의 독보적인 공간으로서 거듭나면서 담양을 외부로 알리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면단위 마을에서의 창평면 달뫼미술관은 70년대 마을에서 직접 벽돌을 쌓아 만든 곡식창고였다. 창고의 새로운 쓸모를 찾던 마을에서 이주해 온 화가 부부와 함께 달뫼미술관으로 탈바꿈하고 작년까지 운영해오다 올해는 화가 부부의 제자가 마을로부터 재임대를 받아 문화도시와 연계하여 문화거점으로 자리했다. 달뫼미술관은 마을 안에 자리하고 있어 소소한 꺼리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기 위해 한 발을 떼었다.  

2022년부터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담아낸 야그쌀롱은 어떠한가. 
성공한 사람들이 자서전을 내듯 담양의 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었다. 담양출신이거나 담양으로 이주하여 담양을 토대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로서, 올해 첫 손님은 92세 되신 덕흥상회 할머니이셨다.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면 담양의 죽물시장이 한 눈에 그려진다. 
관방제림 아래로 쭉 늘어선 죽제품을 팔기 위해 새벽부터 이고지고 오신 어르신들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먹었던 국수가 지금의 국수거리를 형성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버릴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청년들은 담양 곳곳에서 조용히 꼼지락 거리고 있다. 허물어지는 담벼락에 뱅크시처럼 딴짓을 걸기도 하고 담양의 소리를 듣기 위해 새벽부터 대밭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어린이들은 마을 어르신들을 만나서 인터뷰하고 어르신의 삶을 춤으로 창작하기도 하였다. 
어린이들에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어르신들에게는 아이들과의 교감하는 장을 마련했던 세대공감 놀이터는 담양지역의 문화예술교육이었다. 

이처럼 문화의 경험들이 발현될 수 있도록 촘촘히 기획하며 실행해왔던 지난 시간들이었음을 되새기게 된다. 하지만 예산은 반 토막 나고 사업들은 축소되거나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주민들에게 앞으로도 함께하자고 약속 할 수가 없다. 문화정책은 지역보다는 대한민국을 전면에 내세우는 정책으로 변화되어가고 있다. 지역보다는 광역, 광역보다는 대한민국이 중요시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모든 사업들이 K로 통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구소멸이 문제가 아니라 이야기의 소멸, 즉 서사의 소멸이 문제임을 느끼게 된다. 좌담에 참석했던 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이야기는 지속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 이유이기도 하다.

어느 지역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어느 지역에도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기록이며 서사가 된다. 무궁무진한 지역의 면면은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지혜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소리이자, 언어이다. 지역이 사라지는 것은 그런 언어가 사장되는 것과 같다. 

모든 도시가 특별한 이유는 그들의 언어를 인정하고 돋보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 일이다. 지역의 지형에 따라 삶의 방식과 여정이 다르듯, 지역의 문화도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특별한 것이 된다. 그 특별한 이야기는 아이들이 살아가는 발판으로서의 미래이야기이다. 예산 삭감이 되어도, 정책적으로 지역이 보이지 않아도 굳건히 이어가야 할 미래의 이야기는 지역의 오래된 이야기일 것이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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