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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대숲소리】(100)/ 단결의 허상박충년 전.전남대 교수(부총장)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동서양의 지도자들이 위기 때 많이 사용하던 아주 유명한 말이다. 이승만 대통령도 사용했고, 박정희 대통령 때의 ‘국민 총화’도 같은 맥락이다. 말의 의미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실제로도 맞는 말이어서 명제나 진리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리하여 사람들 사이에 단결은 좋은 선으로, 분열은 나쁜 악으로 여기는 관념이 자리를 잡았다.

감초처럼 요새 정치권에서도 이 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든 야든 모두 분열하면 패한다며 단결을 강조한다. 그러나 정치인에게는 절절히 와 닿는 말일 테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딱히 간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왜일까? 진리 같은 그 말의 앞에 와야 할 목적, 즉 단결의 목적에 있어서 여야 정치 집단과 국민들 사이에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단결은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에 힘을 실어주는 무기와 같은 것이다. 
목적이 좋으면 힘이 실린 단결은 아름답게 보이나 목적이 나쁘면 단결이 흉기가 된다. 온 국민이 단결하여 IMF 위기를 극복하였을 때의 감동을 기억하는가... 반면에 이권에 눈 멀어 패싸움 벌이는 조폭들의 단결은 흉악스럽고, 평시에 군인들이 쿠데타를 모의하기 위하여 단결하는 것이야말로 패악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이제는 다 안다. 

무엇보다도 단결을 유난히 강조하는 집단의 지도자는 위험하다. 
집단의 목적은 대개 단순 명료하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은 다양하므로 여기에 여러 주장이나 의견이 상충할 수 있고, 따라서 서로 간에 다른 주장을 경청하고 집단이 설정한 비전에 맞게 조율하여 패싸움으로 번지지 않게 하는 게 지도자의 책임이자 의무일 터! 그런데 지도자가 하나의 특정 수단만을 강요하면서 단결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주장을 입막음한다든지, 그 주장하는 사람을 배신자로 낙인찍는 경우엔 지도자에게 또 다른 나쁜 목적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독재자들이 대표적인 예이거니와, 지도자의 목적이 본래의 선한 목적에서 이탈하면 목적의 차이에 따른 분열은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법이다.

세상에는 범죄조직이 아닌 한, 집단의 본래 목적에 충실한 소신파가 있기 마련이다. 목적은 같되 수단의 차이에서 오는 분열은 토론과 설득을 통해 봉합하기 쉬우나, 목적이 다름에서 오는 분열은 근본적인 소신을 바꿔야 하므로 쉽게 봉합할 수 없다. 어느 경우이거나 분열의 책임은 지도자에게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네 정치 집단에도 분열의 조짐이 보인다. 
정치를 하는 목적은 국민을 보호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일진대 정치 지도자의 목적이 다른 데에 있기 때문이다. 총체적인 국가적 경제 위기 상황에서 현 집권자는 정적 제거에 혈안이고, 대대적인 언론 장악을 감행하고 있으며, 외교 역시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고, 북한과는 일촉즉발의 전쟁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야당 지도자도 다를 게 없다. 정치적 존망의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검언의 무자비함에 의연하게 항거할 줄 알았는데 불체포 특권 속에 안주하는 모습에 실망감이 컸다. 때늦은 불체포 특권 포기선언을 해서 그나마 다행인 듯 싶었는데 뜬금없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단식투쟁을 하고, 포기했던 불체포 특권에 슬쩍 또다시 기대는 모습은 죽을 각오로 투쟁하다 따스한 아랫목을 찾는 격으로 작금의 냉소적인 정치에 혐오감만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두 정치 지도자가 본래의 목적에서 빗나간 듯한 알쏭달쏭한 행보를 보이니 집단 내 분열은 불문가지이다. 쓴소리 하다 찍힌 소위 배신자들은 추방당했거나 추방 위기에 처해 있다. 달콤한 충견들의 재롱에 눈이 먼 지도자와 주인에게 경쟁적으로 꼬랑지를 흔드는 충견들이 설치는 우리나라 정치판은 그야말로 개판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마지막 작은 희망으로 간절히 바라건대 집권욕으로 포장한 가식이 아닌 여야의 진실한 포용의 덕을 기대해 본다. 

목적은 수단이나 단결의 상위 개념이다. 목적이 선해야 하고, 그것이 굳건하게 지켜질 때라야 마땅한 수단에 진정한 가치가 부여되고 단결의 추진력도 의미가 있는 법이다. 지도자는 애오라지 단결을 외치기 전에 자신의 사심 탓으로 분열을 초래하지 않도록 반성하고 또 성찰하면서 집단을 이끌어야 독재자가 되지 않는다. 

더불어, 집단의 구성원은 집단의 목적을 되새기면서 그 목적에 부합하는 행동에 단결할 때 ‘묻지마식 단결’에 부화뇌동하는 충견 소리를 듣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국민 역시 ‘태극기 부대’니 ‘개혁의 딸들’이니 하는 팬덤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해야 할 것이다.

( ※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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