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마지막 날에 조계종을 이끌어 나가는 총무원장 직(職)을 두 번이나 지낸 스님이 불교에서 말하는 소신공양(燒身供養) 방법으로 입적(入寂)했다. 

조계종은 공식발표에서 ‘종단 안정과 정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自火葬)을 함으로써 모든 신도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했다. 어떤 경각심을 남겼는지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이렇게 수행하고 죽는 방법도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겠다. 

단편적인 지식이지만 불교의 대승경전에서 무량한 공덕과 최고의 수행방편으로 소신공양을 언급하고 있어 소신공양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죽음의 방법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스님들이 거주하는 요사(寮舍)채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질러 스스로 자기 몸을 불태우는 것을 분신자살(焚身自殺)이 아닌 소신공양이라고 하는 것이 충격적이다.

그래서 필자와 같이 그런 수행 경지에 이르지 못한 사람들은 건강한 분이, 중요직을 수행하고 존경받으신 분이, 이해하지 못할 유언을 남기며, 많은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남기고 떠나야 하는 이 방법을 택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고귀한 죽음이라면 왜 이 방법을 선택하지 않고 대부분의 스님들이나 불교 신자들은 천수를 다하고 입적하셨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입적한 자승스님의 장례를 조계종의 총본산인 조계사에서 종단장(宗團葬)으로 치렀다. 그리고 전국 유명 사찰에 분향소를 만들어 추모객들의 참배 편의를 제공했다. 종단장이라는 것은 종단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장례 예우(禮遇)다. 불심이 지극한 신도들이 빈소를 찾는 것은 추모와 수행의 한 방편이겠지만 여기에 대통령을 비롯하여 소위 거물급 정치인들이 빈소를 방문하고 국내 대형교회 목사들까지 단체로 빈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는 것이 특이하다. 국가는 돌아가신 자승스님에 대해 국민훈장까지 추서했다.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자승스님은 훌륭하고 이 분의 소신공양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어찌 되었든 소신공양도 일종의 극단적 선택 중의 하나이기에 이번 자승 스님의 죽음은 앞으로 불교계는 물론 우리 사회에 던질 파문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한국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 자살예방백서' 자료에 따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이다. 한국은 10만명 당 24.6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는데 이 수치는 OECD 회원국 평균 수치인 11명보다 2.2배 높은 수준이었다.

당연히 국가는 물론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같은 사회단체나 종교단체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중시하고 다양한 예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기독교는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인간이 스스로 끊는 것을 큰 죄악으로 여기며 금지하고 있다. 사람의 생명은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치인과 기독 종교인의 추모행위는 이런 국가정책과 종교 교리에 합당한 것일까. 

과거 촛불집회에서의 분신자살, 4대강 사업 반대의 의미로 소신공양 선택, 베트남이나 티베트에서의 정치적 투쟁 목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높이 보는 사례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올바른 선택이냐는 것이다. 

지난 달 3일은 조계종 종정을 두 번이나 역임하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성철스님의 열반 30주기 날이었다. 많은 불교신도들이 진정으로 그 분을 추모하고 과거 그 분의 어록을 되새겨보는 뜻 깊은 행사를 하였다. 그런 분도 ‘한 덩이 붉은 해 푸른 산에 걸렸도다.’ 라는 말을 남기며 임종했다. 

무소유로 알려진 법정 스님도 ‘어리석은 탓으로 제가 저지른 허물은 앞으로도 계속 참회하겠습니다.’라며 입적했다. 두 분의 임종을 보면 끝까지 못 다한 참회를 말하고 가진 것을 내려놓았다. 그래서 이번 자승 스님의 유언장이나 세상하직 방법은 두 분의 임종에 비해 느낌이 사뭇 다르다. 소신공양을 감행할 정도의 불심과 깨달음이라면 더 많은 중생을 구제하고 바른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더 좋은 업적들을 남기실 수 있는데 굳이 이렇게 떠나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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