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품이 곧고 반듯하며 불의와 타협할 줄 모르는 성품을 우리는 보통 ‘대쪽 같은 성품’ 이라고 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삶을 ‘대쪽같은 인생’ 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대쪽같은 성품으로 대쪽같은 삶을 살아가는 인생의 주인공들을 대체적으로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보고 더 나아가서는 그들을 존경한다. 그리고 대쪽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 때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라고 한다.

그러나 사람은 살아가면서 이상(理想)은 대쪽같은 성품으로 대쪽같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구부릴 줄도 아는 삶이 현명한 삶을 살아가는 자연의 법칙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캐나다 퀘백시에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계곡이 있다. 이 계곡에는 한 가지 특이한 게 있는데, 바로 서쪽 비탈에는 소나무나 측백나무, 당광나무 등 여러 종류의 나무가 자라는 데 비해 동쪽 비탈에는 온통 히말라야 삼나무 일색이라는 점이다. 그 이유는 동편의 히말라야 삼나무 가지 위에는 눈이 금세 소복하게 쌓이지만 아무리 눈이 쌓여도 가지가 부러지는 일은 없다. 어느 정도 쌓이면 탄력 있는 가지가 아래로 축 휘어지면서 눈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눈이 쌓이고, 가지가 아래로 축 휘어지고, 눈이 떨어지는 과정이 반복된 덕에 삼나무는 어느 한 군데 부러진 곳 없이 온전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나무 같은 다른 나무들의 경우는 이러한 재주가 없어서 눈이 두껍게 쌓이면 가지가 견디지 못하고 툭 부러져버린다. 지나치게 곧은 나무는 부러지기 쉽다. 태풍 속에서도 살아남는 것은 고집스레 곧게 뻗은 큰 나무가 아니라 바람에 따라 몸을 휠 줄 아는 유연한 나무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선 세종 때 우의정을 거처 좌의정까지 지낸 맹사성의 일화도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주고 있다. 당대의 수재였던 그는 19세에 장원급제하여 스무 살에 경기도 파주 군수가 된다. 그는 기고만장하여 고승을 찾아가 묻는다.
"스님이 생각하기에 군수로서 지표로 삼아야 할 좌우명에 어떤 것이 있습니까?" 
고승이 천천히 대답한다.
"나쁜 일 하지 말고 착한 일을 하면 됩니다."
맹사성은 말한다.
"그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먼 길을 온 내게 해 줄 말이 고작 그것 뿐입니까?"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한다. 그러자 고승은 녹차나 한잔하고 가라며 붙잡았다. 스님은 찻잔이 넘치는데도 계속 찻물을 들이부었다.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망칩니다."
"찻잔이 넘쳐 바닥을 적시는 것은 아시면서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당황한 맹사성은 부끄러움에 황급히 일어나 자리를 뜨려다 방문 상단에 머리를 부딪치고 맙니다. 그때 스님이 말씀 시기를 "고개를 숙이면 매사 부딪치는 법이 없지요."
그 이후로 맹사성은 겸손한 마음으로 선정을 베풀어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다.

히말라야 삼나무와 맹사성의 일화는 조금은 차이가 있긴 하지만 스트레스가 범람하는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곧고 반듯하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구부릴 줄도 알고 고개를 숙일 줄도 아는 것이 자연에 순응하면서 겸손한 삶이 자기 자신에게는 험난한 사회를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이고 사회 전체로는 더욱더 화기애애하고 안정된 사회가 될 것이다. 
상황에 맞게 구부릴 줄도, 펼 줄도 아는 사람은 삶의 어느 순간에서도 즐거움과 행복을 찾아낼 것이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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