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29)/ 마침표가 설렌다.

4월은 아직 찬기운이 감도는 시기이다. 햇볕은 따사로우나 피부에 감도는 바람은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그러한 날 담양 인문학가옥에 들어섰다.

옛날 관선 시절의 군수관사로 사용했던 집을 문화지소 사업을 하면서 문화커뮤니티공간으로 리모델링하여 멋진 집으로 탄생한 곳이 인문학가옥이다.

이곳이 문화도시추진단의 새로운 사무실로 낙점된 것이다. 설레었다. 철재 대문 안으로 들어오면 ‘와’라는 감탄사가 입을 간지럽히면서 먼저 쏟아진다.

낮은 계단으로 올라가는 현관문을 바라보고 우측으로는 넓은 정원이 펼쳐져서 목련이 막 지려고 하던 그때 문화도시 사업은 시작되었다.
백지상태에서 시작할 때는 무조건 만나는 것이 정답이다.
풀뿌리공동체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서 마을활동가들을 소개받고, 그분들로부터 마을을 소개받아 찾아다니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문화도시를 홍보하기 위해서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마을주민들의 감정에 녹아드는 활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가 ‘바퀴달린문화도시, 담양’이다.
바퀴달린문화도시는 일명 찾아가는 서비스와 같은 것이다. 담양은 318개(21년만해도 312개의 마을이었다, 담빛지구가 들어오면서 마을이 늘어났다.)의 마을로 자연부락을 합치면 500여개가 넘는 매우 큰 지역이다. 그리고 읍을 중심으로 한 마을과 가사문학면처럼 거리가 꽤 먼 마을의 온도 차는 상당하기에 이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마을주민들이 호흡하고 있는 곳으로 찾아가야 했다.
‘바퀴달린 문화도시, 담양’이라고 하니 도대체 이것이 뭔가 하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찾아가는 트럭 위에 맛있는 음료와 떡을 싣고, 문화도시를 설명해줄 도슨트, 예술을 살짝 가미하여 초상화를 그려줄 예술가까지 원팀이 구성되었다.

첫해는 12개 읍면 주민센터 앞에서, 50여 개가 넘는 마을과 그리고 담양경찰서까지 ‘바퀴달린문화도시, 담양’은 3년 동안 원하는 마을은 어디든 찾아갔다.
시작은 문화도시에 대한 홍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홍보보다는 그분들이 담양에서 살아왔던 이야기가 중심이 되었다. 한 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탯자리를 지키고 계신 어르신부터, 귀촌해서 이제 2~3년 밖에 되지 않은 이주민까지 다양한 색깔의 주민들이 다채로운 음을 발산하며 어울려 살고 있었다. 지역의 스토리가 한줄 한줄 채워지는 시간들이었음을 상기하게 된다.

이렇게 마을과 많은 이들을 찾아다니면서 들었던 이야기의 핵심은 소외되고 배제된 주민이었다. 담양이 가지고 있는 많은 문화원형과 인프라들이 담양읍 중심, 그리고 몇몇의 유명한 곳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은 문화향유, 문화체험은 상상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특히나 예술가들은 지역 안에서 상호작용의 고리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예술가들과의 접점은 예술로 만나는 것이다.

예술 난장을 펼치자라는 의기투합은 ‘담양예술야시장 월:담’으로 이어졌다.
우선, 지역작가 한분 한분의 작업실을 방문하여 작가들의 예술세계에서 야시장의 청사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20여명이 넘는 작가분들의 전시와 함께 농부님들이 직접 만든 2차 가공식품, 공예인들의 공예작품들이 다미담예술구에 펼쳐졌다. 담양예술야시장 월담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김현송 선생님과 홍정순 선생님의 한춤과 한국화의 협업 퍼포먼스는 지금도 회자되는 멋진 콜라보였다.

특히 올해는 ‘월:담’으로 월담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농부가 자신의 밭작물을 가지고 나오고, 지역의 청소년들이 북채를 들고 소리를 튕기며, 직장인 밴드가 마이크를 잡고 헤드뱅잉을 하는 곳에서 일상을 새로웠다. 다미담예술구의 장소가 갖는 모던한 매력도 있지만 일탈을 꿈꾸는 이들에게, 천천히 거닐고 싶은 이들에게, 담양 달빛의 은은함을 받으며 청량함을 선사하는 담양의 문화브랜드가 되었다.

‘바퀴달린문화도시, 담양’이 마을로 확장하였다면 ‘담양예술야시장 월:담’은 읍으로 모아져 문화의 핵을 만들었다. 예술가들과는 예술가오픈스튜디오를 통해 더 내밀하게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청년들과는 딴짓으로 담양에 에너지를 충전시켰다. 선택과 집중, 확장의 전략으로 펼쳐진 사업들은 다양한 영역으로 스며들기도 했다. 시민의 능동적 주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활동들은 쉼없이 지속되었다. 담양만의 기술 노하우가 축적된 죽세품을 만드는 세대간의 기술전수 프로젝트 인 노작프로젝트, ‘지금 이 시간’을 아름다움으로 꽉 채운 ‘인생필자’는 담양역사의 흐름을 읽어내는 상징이 되었다.

수많은 이들이 문화도시의 종료를 아쉬워한다.
아쉬워서 어떻게 하냐는 질문은 지금까지 충분하게 잘 해왔다는 반증일 것이다.
아쉬운 것이 없을 수 없으나, 열정을 태웠던 추진단 식구들과 문화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도록 바람막이를 해준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다음 타자에게 불씨를 건넬 수 있다.
마침표는 다음 문장을 위한 줄 넘김이다.
다음 문장은 담양에서 그려질 새로운 그림이 될 것이다.
찬바람이 여전했던 4월의 느낌이 다시 인다.
설레는 마음이다. 개인적으로도 그렇지만 새로운 담양의 모습에 설렌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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