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담양 문화계를 돌아보며

참 바삐 돌아간 담양의 문화계라 할 수 있는 한해가 곧장 떠나간다. 
담빛예술창고와 해동문화예술촌을 중심으로 움직였던 총감독제가 사실상 폐기되고, 담양의 브랜드가치를 고양했던 두분의 감독을 떠나보내야 했던 아쉬움이 큰 해였다. 

이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설왕설래했지만 궁극으로는 담양문화재단의 조직체계 즉, 책임운영을 총괄할 대표이사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가운데 국장체계, 본부장체계, 비상근 상임이사 체제 등으로 이행해 오며 나타난 필연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문화와 행정이 만나는 접점의 형성이 시스템적으로 받쳐주지 않았음도 방기할 수 없는 문제였다. 두 개의 갤러리이자 복합문화공간이 어려운 가운데에도 무탈하게 운영되는 것은 그간 이런 상황에서도 담양문화에 대한 끈끈한 애정과 애사심으로 단련된 재단의 임직원 덕분임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 전시나 공연의 참여 기회가 점점 더 증대되도록 선임 감독들이 개방성을 증진하고 있었고 이에 부응하여 지역 예술인들이 적극적으로 응하고 활동했던 점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고 할 수 있다.

금년 전반기 문화재단의 시스템을 개선하고자 담양군의회의 박준엽 부의장과 박은서 의원이 행정에 요구하고 이를 이병노 군수께서 적극 수용하여 재단혁신 T/F를 발족했던 것도 담양문화사에 큰 획을 그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단기간이지만 담양문화에 대한 애정 가득한 이들이 ‘대표이사 책임경영제’ 라는 명제 아래 각 팀과 사무처간의 유기적 협조 시스템을 갖추어 명실상부한 담양문화의 씽크탱크이자 실행기관으로서 위상을 갖도록 제안하는 최종 토론회에 최용만 의장을 비롯한 군의원 모두 참여하여 재단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응원해 준 일 또한 잊을 수 없는 변곡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열린 토론회의 자리인지라 지역의 문화예술계 활동가들이 모여 더 굳건한 재단이 되어주길 바라는 고언의 자리는 집단지성의 힘이 얼마나 소중한지와 문화재단에 대한 군민의 기대가 어떻게 형성되고 파급되는지 알 수 있는 자리로 승화되었다.

이런 결과를 담아 재단은 사무처장 체제로 정비되며 현재 비상근이지만 대표이사를 모시려 하고 있는 중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정말 혼신을 다해 일할 수 있는 전문가를 모시는 상근 대표이사 체제로까지 발돋음 하는 것인데 군정의 여건이 녹녹치 않다니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하는 법정문화도시 사업과 관련하여 문화도시추진단이 예비도시를 획득하고 본도시를 향해 질주하며 마을 곳곳으로 파고 들었던 점도 문화계에서는 주목할 일이다. 모두 화두를 연관이라는 키워드에 두고 느슨한 연대나 관계를 넘어 돈독하고 끈끈한 상호 돌봄의 문화도시를 지향하며 고샅 고샅을 누비며 “문화가 별거간디”라는 삶의 문화를 끌어내는 직접사업을 전개했다. 

장르예술에만 고정된 생각을 가졌던 분들이 자신의 삶과 장기와 꿈을 이야기하고 실천하는 마당이 펼쳐진 것은 담양군 전체가 문화로 풍성한 도시였고, 현재진행형 이라는 것을 명실상부하게 확인하는 자리였다. 그런 마중물 역할을 담당하고 실천하는 추진단은 다미담 예술구를 핵심축으로 하여 야시장 “월담”까지 열었었다. 

민선7기 시대에 만들고 정작 활용하는데 지혜만 모으다 시간이 흘렀던 곳을 민선8기 들어 예술가와 창조적인 생산인력의 입주공간으로 개장했지만 관광매력물과 접점을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곳이었다. 

여기에 난장을 편 이들이 바로 문화도시추진단이었다. 기왕의 상가 입주작가 및 인력들과 지역내에서 문화활동가, 친환경 농업인, 메이커스 등을 초대하여 한달에 한번 벌어지는 야시장은 금방 입소문을 타고 밤문화가 없는 담양의 핫플로 등극하는 현상을 만들었다.

작가들의 설치작업, 지역 공연단체의 공연과 버스킹, 장터와 체험공간, 기왕의 입주시설 사이에 처음에는 삐걱거림도 있었지만 이를 잘 조정하고 한 몸처럼 섞이도록 역할을 하며 향후 담양에서 야시장이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 좌표를 던져 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9월 정부의 정책 결정으로 더 이상 법정 문화도시를 이어가지 못할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신종여시(愼終如始)의 마음으로 12월까지 지치지 않고 헤쳐나온 그 정열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런 모든 것의 단서는 행정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담양만의 고유한 정책을 찾아 고뇌하고 실천해온 담양군문화재단의 임직원과 문화도시추진단, 그리고 지역의 원천자원을 콘텐츠로 승화해 온 담양군 문화원의 노력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내년에도 지역과 밀착하며 담양의 고유성이 발현되는 삶의 문화가 꽃피우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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