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
담양뉴스는 새로운 생활문화 코너로 우리 지역에서 꽃차전문가로 활동중인 茶田 송희자 님의 ‘꽃차이야기’를 월2회 가량 게재합니다. 茶田 송희자 님은 ‘茶田(차밭)’ 이라는 호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차와 우리 꽃을 소재로 오랜 시간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책을 펴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있는 꽃차 전문가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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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동심을 살리는 데이지꽃차

한 해가 저물어가는 하늘에서는 하얀 눈이 쉴새없이 내리고 있다.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하얀 눈 위에 데이지꽃이 머물렀다 간다. 머리 속에서 데이지꽃을 보고 싶었는지 자꾸만 내리는 눈과 함께 내 앞에 떠다닌다.

30년 전 꽃차에 풍덩 빠졌을 때 서양 허브식물에 대해 열심히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이때 식용꽃의 세계에 알게 되었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꽃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재배환경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을 쌓고 꽃차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꽃을 직접 키우고 수확하는 일을 시작했다. 이때 만나게 된 수많은 꽃 가운데 하나가 데이지꽃이었다. 주로 붉은색과 분홍, 하양, 자주색이 혼합되어 있는데 붉은색이 가장 예쁘게 보였다.

데이지꽃은 종류가 여러 가지다. 여기서 소개하는 데이지는 잉글리쉬데이지(English daisy)이다. 국화과의 식물로 원산지인 유럽에서는 여러해살이풀로 분류되지만 한국에서는 한해살이로 취급되며, 이른 봄이나 초겨울 환경에서 생육이 좋다. 오늘날에는 데이지 중에 키가 작은 마가렛데이지나 키가 큰 샤스타데이지가 사람들의 인식에 익숙하다. 이들은 하얀 눈처럼, 솜처럼 초여름을 장식하는 길가에 주로 식재되어 있다. 여러해살이풀이기 때문에 화단에 한 번 식재하면 매년 볼 수 있어서 화단조성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꽃차를 만들 때는 내가 마실 것인가, 대중에게 제공하고 판매를 할 것인가에 따라서 식품으로서 사용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다른 꽃차와 마찬가지로 이 부분을 유의해야 한다.

붉은색 잉글리쉬데이지는 건조하면 자주색이 된다. 수분으로 잔뜩 부풀어 있는 상태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면 본래의 색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진달래의 분홍색이 건조 후에 보라색이 되고, 목련의 흰색이 건조 후에 노란색이 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모든 꽃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지만 꽃마다 생화일 때의 색과 건조했을 때의 색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참고하길 바란다.

잉글리쉬데이지는 개화하여 꽃잎이 완전히 만들어졌을 때 채취한다. 관상화인 중심부분이 두텁고, 꽃잎이 작고 많기 때문에 건조 시 시간 배분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채반에 얇게 펴서 실내에 두면 7~10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식품건조기가 있다면 건조기에 얇게 펴서 45℃에서 24시간 건조한다. 건조한 꽃은 수증기에 증제를 해주어야 하는데 이때 찐다는 느낌으로 뚜껑을 닫는 것이 아니라 뚜껑을 연 채로 증제를 해야 고운 색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반면에 마가렛데이지와 샤스타데이지는 맛과 향이 다르다. 크기와 생김새도 다르다. 이들은 채취 시 상처를 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흰색이기 때문에 작은 상처에도 쉽게 갈변되기 때문이다. 마가렛데이지의 경우 구절초와 매우 비슷하여 조금더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다. 초여름에 피는 구절초라 해도 믿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구절초와 닮았다. 그러나 샤스타데이지는 꽃의 크기가 크고 맛과 향도 강해서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는 것을 권한다. 마가렛데이지는 전자레인지를 이용하여 간단하게 꽃차로 만들 수 있다. 1분(데우기)씩 1~3회 돌려주는데, 전자레인지 사양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중간 중간 열어서 바닥의 수분기를 제거해주며 없어질 때까지 돌리면 된다. 수분기가 다 사라지면 다시 1분씩 2~3회 반복한다. 밑바닥의 따뜻한 기운으로 잔여 수분을 날려주면 된다. 꽃의 양이 적다면 보통 30분 이내에 꽃차를 만들 수 있다.

모든 꽃차가 약효가 있지만 꽃차는 꽃차로 즐긴다면 좋겠다. 꽃차는 기호식품이지 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꽃차를 마심으로써 아름다움을 보고, 향을 맡고, 온기를 느끼는 즐거움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다면, 소소한 생활 속에서 풍요를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겠는가. 데이지꽃차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살아있는 동심을 이끌어낸다. 다관에 데이지꽃차를 3~5송이 넣고 끓는 물을 부어 2분간 우려낸다. 

찻잔 속에서 둥둥거리는 모습은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뛰어다니던 어린 시절을 불러온다. 아마 꽃들의 운동회를 연상하게 하는 꽃차가 아닌가 싶다. 부드럽고 편안한 잉글리쉬데이지꽃차 한 잔으로 겨울 속 동심의 봄날을 생각해본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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