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한바퀴(70) 월산면 광덕마을
소쿠리 형상의 옛 이름 ‘머더실’ 마을
사진촬영 명소 ‘할머니 당산나무’도 유명 

월산면 광덕마을은 몇년 전 담양군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정보화 연구회’ 라는 모임에서 만나, 현재 ‘홍보디렉터’ 교육과정에서 다시 만나게 된 지인이 소개해 주어 방문하게 되었다. 광덕마을은 경사진 산 중턱에 위치해 있고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마을 이름은 옛날에 ‘머더실’이라고 불렸다. 이는 마을의 지형이 동·북·서쪽으로는 산이 마을을 둘러싸고 동남쪽으로 앞이 트여있어 지형이 소쿠리 같은 형상이고, 소쿠리의 뚜껑을 덮으면 안에 사람이 살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사람이 사는 집(室)’ 같다는 뜻에서 ‘머더실’이라고 불렸다.

▲경로당의 주민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경로당으로 들어가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리자 밝은 얼굴로 반겨주셨다. 마을 어르신이 타주시는 커피 한잔 마시면서 마을의 경관과 생업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몸을 녹였다. 옛날 어려웠던 시절 얘기가 나왔다.

어르신들은 젊었던 시절 새벽에 닭이 울면 일어나서 무거운 대나무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6km의 거리를 걸어서 담양장에 내다 팔았다. 무거운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개울을 건널 때는 정말 힘이 들었으며, 배가 고파도 절약하기 위해 음식을 사 먹지 않았다. 배가 정말로 고프면 사카린을 조금 사서 물에 풀어 여러 사람이 한 대접씩 나눠 마시는 정도였다. 사치스럽게 식사한다면 막국수나 라면 한 그릇이 전부였다. 

마을 앞 하우스가 여러 동 보여 물으니 이전에는 13 농가까지 딸기농사를 했으나 현재 5가구만 딸기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딸기 농사는 일반 농사보다 3배 이상의 수익이 발생해 어르신들도 이미 20여 년 정도 딸기농사를 지었는데 지금은 은퇴한 상태다. 

▲연자방아

▲광덕저수지

경로당을 나와 경로당 앞에 연자방아를 감상하고 어르신들이 알려주신 사진작가들도 많이 와서 작품사진을 찍는다는 당산나무와 광덕저수지를 보러 갔다. 광덕저수지는 1962년 마을 뒤쪽 산의 계곡에 흐르는 물을 막아 저수지를 만들었다. 이 저수지는 별로 크지는 않지만 1년 내내 물이 고갈되지 않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멀리서 봐도 독특한 수형의 당산나무가 한눈에 들어왔다. 
바로 수령이 500년 넘은 할머니 당산나무, 할머니 중·비구니(여승) 등의 호칭으로 불리는 나무였다. 바로 옆에 수령 50년 정도 된 작은 당산나무를 할아버지 당산나무 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원래 할머니 당산나무보다 수령이 더 많은 나무가 있었으나 한국전쟁 때 타버려서 그 자리에 다시 심은 나무이기 때문이다. 

▲500년 넘은 보호수(할머니 당산나무)

한편, 당산재는 원래 1월 14일 밤에 지내는 것인데, 이 마을의 당산재는 매년 음력 1월 30일 밤에 지내고 또한 여자 두 명이 주관했던 점이 독특하다. 그 이유를 마을 어르신(국승자 님)께 여쭤보니, 처음 당산제를 모신 것이 음력 1월 30일이었다고 한다. 여자들이 제사를 주관하는 이유는 남자 어르신들이 연로해진 점도 있고, 당산할머니 나무가 여자이니 여자가 제사를 모시면 좋아한다는 의견도 있다. 아쉽게도 당산제는 중단된 지 10여 년 되었다. 

마을을 나오면서 마을 입구에 있는, 최근에 현대화된 시설로 지어서 ‘밀웜’과 ‘굼벵이’를 주로 사육하는 지인의 사업장 ‘프로틴 팩토리’에 들렸다. ‘밀웜’으로 만든 ‘건조 고소애’ 간식과 차 명인과 협업해서 만든 ‘동충하초 블렌딩 차’ 4가지 중에 ‘귤 향’을 골라서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얘기 나누었다. ‘건조 고소애’는 처음에 곤충 모양 때문에 손이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미래 식량인 곤충 제품이 궁금해서 맛을 보았다. 바삭하게 씹히는 식감과 입안에서 풍겨오는 고소함에 끌려 계속해서 손이 가서 한 접시를 다 먹었다. 

다음에는 내가 사다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맛이 좋았다. 섞음(블랜딩) 차는 1990년대 내가 프랑스에서 생활할 때 처음 맛보았던 차의 종류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태평양 ‘오설록’에서도 녹차와 여러 가지 향기로운 식물이나 과일을 섞어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는데, 프로틴 팩토리 혼합차 품질도 오설록에 버금가는 것 같다. 또 유기농 쌀을 이용한 곡물(시리얼)을 우유에 타서 먹어보니 매우 담백하고 고소해서 바쁜 현대인들에게 아침 대용으로 그만일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사업장을 둘러보았는데 냄새도 전혀 나지 않고 깨끗해서 신뢰가 갔다. 

이번 ‘프로틴 팩토리’를 방문하고부터 방송으로만 보았던 곤충식품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져,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미래 식량인 곤충 식품에 더 관심을 갖고 식품으로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홍숙 전문기자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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