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田 송희자의 【꽃차이야기】
담양뉴스는 새로운 생활문화 코너로 우리 지역에서 꽃차전문가로 활동중인 茶田 송희자 님의 ‘꽃차이야기’를 월2회 가량 게재합니다. 茶田 송희자 님은 ‘茶田(차밭)’ 이라는 호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차와 우리 꽃을 소재로 오랜 시간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책을 펴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있는 꽃차 전문가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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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겨울 햇살 같은 부드러운 향 비단향꽃무(스토크)꽃차

이름부터가 예쁘다. ‘비단향꽃무’ 꽃차의 아름다운 모습과 색에 매료된다. 
바쁘다는 핑계로 스쳐지나갔던 꽃을 3년 전 시간을 붙잡아 도동길 소재 ‘담양식용꽃농장’ 하우스 시범재배를 시도했다. 한 겨울 달콤한 향과 비단을 펴놓은 듯한 풍경을 매일 선물로 받았다. 영원한 사랑이란 꽃말을 지닌 꽃, 비단향꽃무. 향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말로 형언할 수 없다. 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에 취한다. 

재배 시에는 처음 꽃대가 올라오기 전에 줄기를 자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너무 이르게 순을 자르면 종종 꽃대가 생성되지 않을 때도 있으므로 처음으로 올라오는 꽃줄기를 잘 키운 뒤에 잘라야 한다. 그러면 얼마 뒤 새로운 꽃대가 올라온다. 비단향꽃무는 한 겨울에는 꽃이 귀하기 때문에 선택한 꽃이지만 국내 기준 노지에서는 겨울철에 키울 수 없으므로 시설 내에서 키워야 한다.

10월 초 플러그 모종 정식을 마치고 나면 한달 쯤 뒤부터 개화가 시작된다. 
개화와 동시에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진딧물이다. 일단 진딧물이 발생하면 털어주고, 온도를 낮추고, 통풍을 잘 되게 하는 등 진딧물이 싫어하는 환경을 만들어 밀도를 낮추는 수밖에 없다. 또한 진딧물이 발생한 시점에 수확한 꽃들은 상태를 확인 후 폐기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까닭에 진딧물이 찾아올 때면 화훼농가에서 방제작업을 하는 이유와 심정을 알게 된다. 

그러나 꽃차를 만든다고 하면 농장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꽃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것이 기본 중에 기본이다. 식용꽃은 유기농이 아닐 수 없다. 단 일반적으로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화원에서 모종을 사다가 심고 꽃을 채취하는 것을 유기농이라고 믿는 것이다. 화원에 들어오는 모종은 대부분 식물과 토양에 방제 처리가 된 모종이므로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참고하길 바란다.

비단향꽃무는 꽃대가 튼튼하다. 
손으로 꺾어 채취하기 보다는 꽃가위를 이용해서 꽃대를 잘라 채취한 후 꽃송이를 하나씩 분리하여 손질해야 한다. 꽃잎은 강한 햇살에는 열상을 입을 수 있을 만큼 여리다. 실제로 꽃을 만져보면 비단을 만지듯 부드럽고 연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작업을 할 때는 작업을 해야지 하면서도 고풍스럽고 순수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꽃에 취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비단향꽃무로 만든 꽃차는 색이 영롱하다. 
강렬한 색만큼이나 꽃차의 수색이 인상 깊다. 꽃차의 색, 요즘에 꽃차를 논할 때면 색의 매력에 무게를 싣는 경향이 있다. 강렬한 색이 무대를 이루면 비단향꽃무를 비롯해 팬지, 당아욱, 도라지, 금계국, 맨드라미 등이 등장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꽃들을 꽃차로 무대에 세우기 위해서는 국내 식약처 식품공전을 반드시 확인하여 식품에 사용 가능한 원재료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학술지에 논문으로 게재가 되었거나 출판된 책에 기록으로 남겨져 있다고 하더라도, 과거와 현재의 기록이 과학적 검증을 통해 합의된 현행법을 준수하여 꽃차를 만들고 유통해야 한다. 한 세대의 기록물과 이용하고 있는 산업전반을 두루 검토하고 연구하여 식약처의 공전에 등재된다. 이러한 점을 참고한다면 개인적으로 먹기 위함은 관계가 없을 수 있으나, 대중에게 접대, 유통, 판매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반드시 주의해야할 점이다.

안타까운 인상을 지울 수 없을 때가 종종 있다. 비단향꽃무를 비롯하여 식품으로서 자원 가치가 높은 꽃들, 특히 한국에서 자생해왔고 전통적으로 식용해왔던 야생화가 현재 국내에서 식품의 원재료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곤 하지만, 향후 연구와 검증을 통해 차차 ‘자원’으로서 활용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비단향꽃무는 홑꽃과 겹꽃이 있다. 
꽃잎이 얇기 때문에 팬에다가 덖을 때는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온도가 조금만 높아도 꽃잎이 타기 때문에 낮은 온도에 뒤집어주며 건조한다. 80% 정도 건조가 되면 온도를 조금 올려서 흔들어 가며 덖어준다. 잔여수분을 확인한 후 밀폐용기에 병립한다.

팬지의 경우도 동일한데 흰색의 경우 열에 더 예민하고 보라색이 더욱 강하다. 같은 비단향꽃무 꽃이라고 하더라도 색에 따라서 열에 대한 민감도가 다르니 참고하여 온도를 가감한다. 전기장판이 있다면 장판 위에 한지나 보자기를 깔고 얇게 펴놓으면 24시간 후 80% 이상이 건조된다. 이후 팬에 가볍게 덖어주는 것도 좋다.

300ml 다관에 꽃차 0.5g을 넣고 100℃의 끓는 물을 부어 2분간 우려내어 마신다. 보라색꽃에서는 보라색 찻물이, 분홍이나 흰색꽃에서는 노란계열의 찻물이, 붉은색에서는 다홍색의 찻물이 우러나온다. 물 속에서 다시 피는 비단향꽃무꽃은 날개짓을 하며 색을 피우고 향을 올린다.

이번 겨울 하우스는 쉬고 봄에 꽃을 다시 만나기로 했다. 노지에서 만날 비단향꽃무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새해부터 일이 많아 많이도 피곤한 오후, 잠시 비단향꽃무꽃차를 바라보며 꽃멍을 해본다. 물 끓는 소리가 들린다. 차를 우리며 향기 어린 기억을 펼쳐본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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