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스타일의 장인과 꾼을 발굴 육성하자.

얼마 전 담양에 다녀온 지인이 필자 고향의 술이라면서 막걸리를 한 병 건네주었다. 

경남의 봉하마을에도 납품된다는 술로 시작된 이야기 속에는 담양에 대한 부러움이 가득 담겨있었다. 담양으로 들어서자마자 시작되는 대나무 숲이나 메타세쿼이아, 배롱나무는 다른 여느 지역에서 보아도 마치 담양처럼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특정한 나무와 식물이 한 지역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각인된다는 것은 천금을 주고도 사지 못할 것인데 담양은 그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죽세공에도, 쌀엿에도, 국밥에도, 떡갈비에도, 암뽕순대에도, 국수에도, 숯불갈비에도, 대통밥에도 모조리 그것 하면 역시 ‘담양’이지 라는 상징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온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담양 사람들은 과연 이런 외부자의 인식태도를 아실까 라는 의문부호가 뒤따라왔다. 2006년에 제주도의 ‘각’이라는 출판사에서는 김순자 선생이 쓰신 “와치와 바치”라는 책을 출간했었다.

마침 제주에 있었던 나는 그런 생소한 제목이 눈에 들어 그 책을 구입하여 곧장 읽었다. 제주에 사는 사람들중에서 장인과 꾼의 생애사를 담아낸 인류학적 보고서와 같은 글이었다. 아직까지도 그 책의 여운이 남아 있는 것은 무엇보다 일상의 삶에서 아무렇지 않게 활용하고 있는 생활용품이나 집과 마을을 구성하고 뒷받침하는 요소들이 바로 이들의 손을 거쳐 탄생한다는 점에 천착한 내용이 전달하는 의미가 큰 탓이다.

1999년 소쇄원 광풍각 뒤의 병풍 같은 담장이 무너져 내린 것을 보수공사 할 무렵 나는 경주의 골굴암 이라는 지금은 무예로 유명해진 사찰을 방문했었다. 마침 담장을 쌓고 있는 어르신들이 보이길래 어떤 흙으로 쌓느냐고 물으니 논흙만을 이용하여 쌓고 있다고 하길래 강회를 넣으면 더 튼튼해질 것인데요 라고 말했다가 크게 혼이 났다. 

“담이 삼팔선도 아니고 흙이 바스라져야 그 사이에 풀씨도 자라고, 이끼도 끼고, 쥐도 뱀도 들락달락 할 것 아니요” 라는 말씀이 뒤따랐다. 

문화재 보수공사를 하며 그 준칙에 얽매여 소쇄원의 담을 궁궐의 담장처럼 보수하고 있는 것을 유심히 보았던 것인지라 무심코 질문한 것인데 커다란 충격을 받았었다.

소쇄원을 조성할 1530년경의 여건을 보자면 물자와 운송의 여건이 넉넉지 않았을 것이고, 건축과 토목의 대부분은 인접 지역의 산물과 인력을 가지고 공사를 했을 터이다. 

그렇다면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는 소쇄원의 담장이나 축대는 담양의 돌을 이용하여 담양인이 누대로 해왔던 방식을 계승하여 담양 스타일로 축조했음의 증좌인 것이다.

이런 양식은 1600년대에 경북의 칠곡에서도 담양사람들에 의해 구현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담양부사를 지낸 석담 이윤우의 집으로 찾아가 무너진 담장을 담양스타일로 쌓아서 얻게 된 이름 ‘담양담’에도 나타난다.

2019년 칠곡 경수당에서 이 흙담을 조우했을 때 어쩌면 이리도 소쇄원의 양식이 경상도에 그대로 판박이처럼 재현되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하여튼 과거 창평현의 괸돌 마을이 간직한 삶의 기술은 오늘날에 들어서는 문화재이기 때문에 문화재청의 관리감독에 의해 담양의 기술이 아닌 문화재 보수공사의 모델로 구현될 수밖에 없다. 결국 담양만의 고유한 생애기술이 소멸되어 가는 것이다. 

그래서 걱정 가득한 마음으로 제언하는 것이다. 
담양 스타일의 기술을 소지한 모든 이들을 지역의 장인으로 지정하자는 것이다. 즉, 담양군 인간문화재는 죽피로 방석 잘 만드는 분, 대빗자루를 잘 만드는 분, 대나무 울타리를 잘 만드는 분, 도롱굴테를 잘 만드는 분, 죽순요리를 잘하는 분, 칡줄다리기의 칡줄을 잘 만드는 분, 민물고기 요리를 잘하는 분, 흙담을 잘 쌓는 분, 이엉과 마름을 잘 잇는 분, 막창전골 잘하는 분, 딸기농사 잘 짓는 분, 고랑치고 물고기 잘 잡는 분, 저수지에서 새비 잘 잡는 분 등 일상의 소소한 부분에서 마을에서 인정받는 분, 자타가 공인하는 분들을 모셔보자. 

그리고 이들이 천년 담양의 일등공신 임을 감사히 여기고 존중하고 응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자. 기후 위기와 지방소멸이라는 난제 앞에서 담양이 가야 할 길은 어쩌면 옛스러움의 보존과 더불어 법고창신의 정신이 함께 투과됨이 자명한 현실이다. 관방제림과 메타랜드의 공존과 같은 전통과 현대의 공생 사이에서 자칫 중심을 잃어버리면 우리는 그저 광주 근교의 배후 소비지로 밖에 인식되지 못할 것이다.

자존감과 자기 정체성을 가진 뚜렷한 담양의 브랜딩을, 일가를 이룬 혹은 이뤄나갈 인물과 생애기술에서 일궈 나가는 것, 이것이 또 하나의 인문도시로서 담양의 품격을 갖춰가는 길 아닐까! 

▲소쇄원 광풍각 뒤 담장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담양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