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새해들어 모처럼 보기좋은 정책토론회를 보았다. 지난 1월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개혁신당의 이준석 대표와 대한노인회 김호일 회장의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에 관한 정책토론이 그것이다.

누가 더 설득력있게 얘기했느냐를 떠나 상대를 심하게 비꼬거나 적대시 하는 언사가 거의 없었고, 김 회장은 이 대표에게 패륜아라고 했던 지난 막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물론 짧은 시간상의 제약으로 깊이 있게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근래 상대에 대한 막말에 가까운 혐오스런 논평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상대 주장의 단점과 자신 주장의 장점을 차분히 설명하는 토론 모습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토론의 주제인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폐지’에 관해 이 대표는 노인 무임승차 문제점(단점)으로 불어나는 지하철 운영 적자와 무임승차 혜택의 불평등성을 들었다. 즉, 무임승차 시행 초기의 노인 인구비율이 4% 이하였는데 현재는 17% 정도로 높아져 지하철 운영 적자가 계속 누적되고 있다는 점과 지하철이 없는 지방 노인들과 대도시에서도 비역세권 노인들에게는 혜택이 별로 없고, 대도시 역세권 노인들에게만 큰 혜택이 가는 불평등한 제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지방을 포함한 전국의 모든 노인들에게 연간 12만원 정도의 바우처(선불 카드상품권) 를 지급해서 택시, 버스, 지하철 상관없이 이용하는 교통 혜택을 볼 수 있게 하고, 바우처 소진 시 40% 정도의 할인율을 적용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지하철 운영 적자를 해소하고 불평등 혜택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대한노인회 김 회장은 지하철 운영 적자 요인과 노인 무임승차는 관계가 없다는 점과 오히려 방만한 경영의 개선과 너무 낮은 지하철 요금의 인상을 통해 적자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폈다.

즉, 노인들은 출퇴근 시간을 피해서 지하철 빈자리가 많을 때 지하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노인이 타든 안타든 어차피 지하철을 운행하는 전기비는 거의 일정하므로 노인 무임승차가 적자의 요인이라 할 수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을 만든 유공자격인 노인들의 무임승차를 문제 시 하고 있다며, 지하철 요금을 올리거나 중앙 정부에서 손실금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시급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지하철 운영 적자 요인과 노인 무임승차는 관계가 없다는 것을 실내 온도 18도로 해놓은 가정집에서 부부만 있으나 아들과 손님 5명이 더 있으나 같은 전기요금이라는 예를 들어가며 주장했는데 실제 그럴듯한 얘기이다. 여럿이 식사하는데 숟가락 하나 더 얹는 격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토론의 핵심은 지하철 적자의 요인이 노인 무임승차 때문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늘어만 가는 지하철 적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가이다. 

이 대표의 의견은 노인들의 지하철 이용자 수 비율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노인들의 완전 무임 제도를 부분 유임 제도로 전환함으로써 적자해소가 가능하고 동시에 불평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지하철 적자해소 방안의 하나를 제시한 것이다. 같은 시각으로 김 회장의 주장도 기왕의 노인복지 수준을 후퇴시키지 않으면서 지하철 적자를 해소하자는 하나의 타당성 있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지하철 적자해소 방안으로 실은 이 두 분의 주장만 있는 게 아니라 더 있다.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높이자는 의견도 있고, 이용 시간대를 구분하여 요금을 다르게 받자는 안, 전국 모든 노인들에게 버스, 철도, 지하철 구분없이 무임제도를 적용하자는 안, 지자체의 재정 능력에 맡기자는 안 등등.

어느 한 가지 좋은 목적을 향한 수단적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각자의 생각하는 우선순위에 따라 또는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방법(안)을 주장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어느 방법을 택할 것인가는 결정권자가 비전에 맞춰 선택하겠지만 그 전 토론 시에는 내 안과 다른 안의 장단점을 가능한 객관적으로 비교 분석하여 내 안이 채택되도록 설득력을 높이는 차분한 자세가 필요하다. 여기서 건전한 토론이 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비록 이해관계가 있다 해도 제안된 안들에 대해 옳다 그르다로 평가하지 말고 얼마나 더 좋은가로 비교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안이 틀렸다거나 나쁘다고 평가하는 순간 감정이 이입되어 자신의 강한 의지를 표출하기 위한 선동적인 막말 공세가 시작된다. 막말은 더 많은 막말을 낳을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는 혐오와 증오를 유발한다. 감정적이고 비논리적인 막말이 일상화되면 생산적인 건전한 토론 문화가 사라져 주장자 스스로 설득력을 상실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현 우리 위정자들의 일그러진 모습이 그러하다. 차분히 깊게 생각해보면 두 주장 모두 일리가 있는 의견들이고, 두 의견의 장점을 반영한 더 나은 의견을 창출할 수도 있는데 마냥 틀렸다 나쁘다고 막말을 동원해 떠들어 대고, 언론과 유튜브는 이를 부추기며 싸움을 즐기는 듯하다. 

최근에 일어난 정치테러도 사실 주범은 막말로 증오 정치를 유발한 위정자들과 그들의 막말을 지속적으로 퍼나르는 언론임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작금의 막말 위기는 국내 정치 상황뿐만이 아니다. 남북한의 외교적 상황도 심각한 막말 위기에 처해있고, 이로 인해 군사적 안보 상황도 불안하기 그지없다. 불필요한 말 공격으로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불편해져 국가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갑진년 정초에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보인 모처럼의 신선하고 생산적인 정책토론회가 지속적으로 열리기를 기대하면서, 새해에는 입에 여의주 보석을 문 청룡처럼 우리 국민들 모두가 입에 희망의 여의주를 물고 막말이 아닌 보석같은 고운말만 내뱉었으면 하는 바램 간절하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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