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칼럼
독일에서 온 편지(2)/ 신문사가 아닌 신문을 위한 정책윤장렬 박사(칼럼니스트)

2004년부터 시작된 지역신문발전위원회(지발위)는 기금을 마련해 지역신문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역신문은 저널리즘의 역량 강화를 위해 디지털 환경에 필요한 구조를 개선하고, 소외계층 구독을 위해 지원을 받습니다. 이는 지역신문의 ‘공익적 활동’을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입니다.

얼마 전 지발위는 2024년 우선지원대상 70개 신문사를 선정했습니다. 지역일간지 29개와 지역주간지 41개사가 올 한해 정부지원을 받게 됩니다.

매년 “우선지원선정사”가 발표되면 선정을 두고 희비가 엇갈립니다. 왜냐하면, 전국의 모든 지역신문이 열악하기 때문에, 지원이 절실하지 않은 신문사가 없습니다.

올해는 특히 지원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그 기준이 논란입니다. 지원 취지에 맞게, 경영난에도 저널리즘을 위해 분투하는 신문사를 지원해야 할 정책이 지역기사의 비중보다 신문사의 경영 건전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의 신문지원 정책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본래 독일은 언론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의 자금 지원을 법률로 금지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지역신문의 약화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문제의식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물가상승과 줄어드는 구독자가 지역신문의 폐간으로 이어졌고, 상업적인 대형 언론사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독일 정부는 “정신적, 경제적 경쟁”에 처한 언론에게 자유롭고 다원적인 미디어 환경을 만들어야 할 임무 또한 국가에 있으므로, 지역신문을 위한 지원정책을 공론화했습니다.

이들의 논의에서 눈에 띄는 점은 신문사를 위한 지원이 아닌, 신문 즉, 언론을 위한 지원정책입니다. 언론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차단하면서, 지역신문의 역할을 유지, 보존하려는 방안이 논의됩니다. 그래서 지원정책은 대상 신문사를 선정하지 않고 모든 지역신문을 대상으로 합니다.

또 신문사의 경영 지원에 집중하기보다 배송 비용과 부가가치세율(표준 세율 19%)을 7%로 감면해 줍니다. 그뿐만 아니라, 신문 종사자 개인에 대한 임금과 사회복지는 이미 기본적인 복지정책을 통해 지원받게 됩니다. 이는 지역신문을 위한 지원정책 이전에, 언론 종사자들의 기본적인 생명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는 정책적 지원입니다.

국내 지역신문의 지원정책은 디지털 장비구매와 기획 취재지원 및 소외계층을 위한 구독료 지원 등으로 집중됩니다. 물론 이러한 지원도 지역신문사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국내 지원정책은 선정된 몇몇 신문사에게 집중, 분배되고, 또 경영이 안정적인 신문사를 우선지원 대상으로 지원합니다.

이것은 지역신문에 득보다 실이 큰 정책입니다. 지역신문사는 점점 더 민간기업으로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외부권력과 타협하고, 결국 자신의 정당성을 합리화하게 됩니다. 그 결과 매년 줄어드는 지원기금을 확대하고, 선정사 수를 늘리는 것이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한정된 기금을 효과적으로 배분하려는 행정당국의 안일한 선택은 또 다른 분야에서도 확인됩니다. 대표적으로 열악한 지역대학을 살리기 위해 수천억 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몇몇 대학만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입니다.

따라서, 모든 신문사를 지원하는 독일의 정책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도 물뿌리기식 지원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국가가 언론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과 지역신문이 사라지면 민주주의가 위협된다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20여 년 진행된 국내 지역신문 지원정책이 재논의되길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정부의 공적 기금은 공공이라는 전체를 위해 사용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선별된 신문사만 살리기 위한 정책은 이미 공적의미를 상실하고 있습니다. 

윤장렬 박사 프로필
·독일 베를린 거주
·자유기고가(칼럼니스트)
·베를린 자유대학교 언론학과 박사학위
·언론 관련 저술활동 중

*본지는 회원단체인 바른지역언론연대 추천으로 금년에 월 1회 <독일에서 온 편지(윤장렬 칼럼)>을 게재합니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담양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광호 편집국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