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뉴스는 ‘주민참여보도’ 일환으로 본지 군민기자의 전지적 시점에서 취재한 【농촌일기】 코너를 지면에 보도중입니다. 
‘농촌일기’는 농촌에 정착해 영농에 종사하면서 그동안 1차 산업으로만 여겼던 농업을 다양한 문화체험 활동에 접목한 6차산업으로 육성해 가고 있는 담양의 명품농촌을 방문하고 ‘담양으로 떠나는 농촌생태체험’ 현장을 기록하는 지역밀착형 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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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일기(32)/ 새싹웃음 딸기농장
"유년시절 딸기밭 견학의 추억 못잊어"
어른이 된 후 방문한 딸기농장에서 “웃음꽃 만발” 

▲최영상 대표

잊지 못할 유년의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때의 화창한 봄날이었다. 담임선생님이 반원들에게 밭으로 나가자고 하셨다. 나는 또 일하러 간다고 속으로 투덜거렸다. 고학년들은 농번기 때, 들로 나가 일손을 거든 적이 자주 있었다. 그랬기에 당연히 일손을 도우러 가리라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아닐 것이라는 기대도 했다. 농번기가 끝났기 때문이었다. 당시만 해도 농번기에 일주일 전후로 방학이 있었다. 농번기 방학이었다. 나는 방학동안 보리 베는 일을 도왔고 그날, 들에는 보리가 거의 없었다. 그래도 들에는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보리 수확이 끝나자 벼농사를 준비하려는 움직임이었다. 논을 갈거나 모종 파종을 준비하는 등 바빴지만 아이들이 도울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담임이 들로 나가자고 했다. 딸기밭을 견학할 거라고 했다.

딸기 밭이라는 말에 기대가 한껏 부풀었다. 
그때까지 나는 딸기를 직접 본 적이 없었다. 서너 다리를 건너면 친척이라는 분이 딸기농사를 시작했다는 말은 들었다. 구경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지만 말이 친척이지 교류가 거의 없던 분이라 마음뿐이었다. 어른들은 딸기보다 수확하면 돈을 얼마나 벌지가 더 관심이었다. 그런데 딸기 밭에 간다고 하니 들뜬 것이었다. 담임을 따라 한 이십여 분 걸었을 것이다. 평소 같으면 다리 아프다고 꾀병이라도 부렸을 텐데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친구들도 비슷했다. 가볍고 경쾌한 걸음으로 담임을 따라갔다. 그리고 목적지에 드디어 도착했다.

▲딸기 하우스

밭에는 수십 개의 두둑이 있었고, 두둑마다 짙은 녹색의 딸기가 가득했다. 딸기는 하얀 꽃망울을 한참 밀어올리고 있었다. 딸기나무가 처음이라 눈을 크게 뜨고 보았다. 하얀 꽃은 깊이 감춰둔 감성을 자극했다. 다들 감탄사를 연발했고, 나 역시 수없이 감탄을 자아냈다. 소풍 갓을 때보다 더 들떴다. 잠이 들 때까지 딸기 꽃이 눈에 아른거렸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딸기라면 마음이 설렌다. 

그날 견학 후 끝내 해결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딸기를 맛보는 것이었다. 책에서만 보았던 선홍색 딸기를 한 개라도 맛보고 싶었다. 정 아니면 보기만 해도 괜찮을 것이었다. 딸기가 익어간다는 말이 들려왔다. 보고 싶고 먹고 싶었다. 하지만 맛을 보는 것은 물론 눈으로도 볼 수 없었다. 딸기 값이 얼마 나가는지 모르지만 주인이 딸기밭으로의 접근을 엄격히 막았다. 주인으로서는 당연한 조치였지만 못내 아쉬웠다. 그때의 아쉬움이 크게 자리 잡았다. 그래서 딸기 철이면 딸기농장에 방문하곤 했다. 유년의 추억 때문이었다.

지인의 소개를 받고 창평면에 있는 '새싹웃음' 딸기 농장에 갔다. 
딸기의 메카로 널리 알려진 담양으로 가는 도중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도착하니 주인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리고 자기가 재배하는 농장을 흔쾌히 개방했고 얼마든지 맛을 보라고 화끈하게 말했다. 그렇다고 귀한 농산물을 양껏 따먹을 수 없지만 유년에 경험했던 그 분과 저절로 비교되었다. 비교되는 것은 또 있었다. 일반 땅과 비닐하우스. 출하 시기도 달랐다. 노지에 했을 때는 5월이 지나야 수확이 가능했지만 비닐하우스는 12월이 지나면 수확이 가능하단다. 

농장에는 딸기가 탐스럽게 열려 있었다. 
농업인은 아니지만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 주인의 배려로 딸기를 직접 따 맛을 보았다. 달달함이 입 안 가득 맴돌더니 가슴까지 달달하게 했다. 유년의 추억이 소환되어 주인에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체험장을 겸하시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머지않아 체험장을 운영할 거랬다. 딱 봐도 깔끔한 농장, 풍성한 인심의 주인, 광주광역시와 지근거리라는 이점이 있어 경쟁력이 높아 보였다. 

한사코 거절했지만 부인의 강권에 못 이겨 배가 빵빵하도록 딸기를 먹었다. 입에는 싱그러움과 달콤함이 가득했다. 머리에는 유년의 기억이 떠올라 그 사절로 돌아간 듯했다. 농장에 있는 그 시간만큼은, 아니 그날만큼은 나도 유년의 아이였다. 동심이 새록새록 돋아나는 행복한 날이었다. 만면에 새싹웃음이 피어났다. /강성오 전문기자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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