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강의차 여기저기 중고등학교 교실을 찾는다.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시설환경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나라 교육환경은 어마어마하게 좋아졌다. 최신식 건물에 첨단정보기기들이 즐비하다. 오래된 건물이라도 인테리어를 얼마나 훌륭하게 해놓았는지 요즘 아이들이 부럽기도 하다. 급식실이나 도서관, 각종 실험실, 휴게실 등은 입이 벌어질 정도다.

특히 나라살림이 좋아지는 한편 학생수는 줄어드니 남는 교실이 많고, 자연스럽게 그런 교실을 특수목적의 최신 기자재를 갖춘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유행처럼 보였다.

요즘 학교들에 가면 꼭 보이는 게 또 있다. 냉난방 시설은 이제 기본이고 최첨단 초대형 공기정화시설이다. ‘미세먼지’가 사회문제화 하면서 거의 모든 교실에 보급된 모양이다. 공기 걱정이 없을 것 같은 시골 작은 학교까지 똑같다. 그렇게 공기청정기를 돌리면서 교실창문은 언제나 꼭꼭 닫아둔다.

문제는 아무리 좋은 공기청정기를 들여다놓은들 10명에서 20명의 혈기왕성한 학생들이 마구 뒹굴고 장난치는 교실의 공기질이 형편없다는 점이다. 쉬는 시간이면 마구 뛰어다니며 노는 아이들 특성상 교실은 먼지투성이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실 구석은 주먹만한 먼지덩어리들이 그득할 정도다. 멋진 양복을 차려입은 신사가 속옷은 전혀 갈아입지도 않아 냄새나고 땟국물 흐르는 형국이다.

또 있다. 각 학교마다 대형 정수기 또는 정수시설이 되어 있다. 이제 학교에서 학생들이 수돗물을 먹는 풍경은 사라진지 오래다. 수돗물 불신이 커지면서 모든 학교엔 대형 정수시설이나 정수기가 들어가 있다.

그런데 이 정수시설들조차 상당수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지저분한 것을 볼 수 있다. 가끔 언론에도 보도되지만 필터 등을 제때 교체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학생들이 이마저 불신하기 때문에 외면하고, 관리도 부실하면서 방치되는 것이다. 대신 학생들은 부모들이 싸준 물을 가져와 먹는 경우가 더 많다.

근본처방은 들여다보지 않는 사회

학교 풍경을 좀 장황하게 소개한 것은 우리 사회의 큰 병폐를 지적하고자 해서다. 언제부턴가 우리가 좀 먹고살만해지면서 모든 사회 문제가 발생하면 돈으로 때우고 넘어가는 현상이 심각하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어떤 문제의 원인을 찾고, 그 원인을 뿌리부터 해결하는 항구적 처방 대신 상처부위만 덮어버리는 땜질처방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언발에 오줌누기요 눈가리고 아웅식 해결책이다.

앞서 예로 든 교실내 공기청정기 보급 같은 게 그런 예다. 물론 아이들도 깨끗한 공기 마시며 공부해야하니 설치하는 것은 뭐라할 수 없지만 그게 미세먼지 대책의 전부여서는 안된다. 미세먼지가 심각하니 청정기 설치하면 끝인가? 더 근본적으로는 미세먼지 발생현황을 아주 시작점부터 찾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원부터 해결해가는 전략을 같이 택해야 하는 데 우린 그렇지 못하다.

앞에선 공기청정기 사주면서 석탄발전소 짓는 것은 늘린다거나, 중국의 미세먼지에 대해 따지거나 저감요청을 하는 것은 모르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않는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모든 행정이 보여주기 식에 그치고 십년지대계 혹은 백년지대계는 관심조차 없음을 보여주는, 천박한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인구문제 해결책도 같은 관점에서

인구문제로 시끄럽다. 낮은 출산율로 인구가 줄어든다고 날마다 난리다. 지난 해 합계출산율 0.72로 세계 꼴등, 특히 4분기는 0.6명대까지 줄었다고 호들갑이다. 그런데 인구문제 대책은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고, 지금도 여전히 ‘아이 낳으면 현금 많이 줄게’ 수준에 그친다. 근본적 대전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엔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주택문제, 과열경쟁이 야기한 교육의 왜곡과 사교육비 문제, 육아의 어려움, 수도권 집중과 지방의 몰락 등이 모두 어우러져 발생한 인구 및 출산율 저하 문제를 겨우 ‘아이 낳으면 현금 줄게’로 해결한다는 발상이 환장할 노릇이다. 정책의 발상 전환, 나라의 큰 문제에서부터 지방의 작은 지자체들 현안들까지 고민 좀 할 때다.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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