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고장' 담양은 이젠 옛말이 되었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예규지(倪圭志) 팔성장시편에는 담양 죽물시장이 소개되어 있고, 담용편(膽用志)편 죽단침(竹簞枕)에는 담양 채상(彩箱)이 소개되어 있다. 임원경제지에 대나무 고장 담양의 역사성이 내포되어 있다면 근현대의 신문기사에는 산업 규모가 드러나 있다. 

동아일보 1936년 5월 23일 ‘세계시장 풍미하는 특산 죽세공품’ 이라는 기사에는 “담양의 죽세공 기술은 전조선적이라는 것보다도 전세계적으로 빛나고 있다. 담양 죽산업은 더욱 발전해 연산액은 75만원이며, 죽산품을 제작하는 가정은 3,472호이며, 인원은 8,904명이다.”는 내용이 있다.

경향신문 1966년 6월 6일 ‘민예의 마을(1) 담양의 죽세공예’라는 기사에는 “군 산업과의 얘기에 따르면 담양의 죽세공 민가(民家)는 1읍 11면에 걸쳐 4,550호, 그중 1,630호가 그것만을 전업 그리고 차트에 파악된 죽공(竹工) 종사자 수는 15,925명, 그중의 60%가 여성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1966년 담양군 인구는 126,805명이므로 당시 인구의 12.6%가 죽공예에 종사했던 것이다.

담양 죽공예품은 수출상품으로도 활용되어 일본, 미국, 영국, 서독 등 10여개 국을 대상으로 1974년도에는 150만 달러, 1975년에는 11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한때 담양의 주력 산업이었던 죽공예는 플라스틱 제품 등 편리하고 가격 경쟁력이 높은 대체상품의 유통이 되면서 급격하게 쇠퇴했다.

담양 죽공예산업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자 측면에서 생산성이 낮고, 소비 측면에서 수요 감소이다. 제조 측면에서 채상을 분석해보면 1벌을 만들자면 13번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수만 번의 손질이 가야 하는 노동집약형이다.

노동집약형이란 생산요소의 자본 비율이 낮고 인간의 노동력에 의존도가 큰 산업으로 노동생산성이 낮다. 노동집약형 산업의 성장 조건은 인력이 많으면서도 인건비가 저렴하며, 노동자의 기술 등 인재 육성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 인건비의 가파른 상승으로 사회구조는 자본이 산업의 중심으로 되는 자본집약형 산업으로 빠르게 이행해 왔다. 그 과정에서 노동집약형인 담양 죽공예는 설 자리를 잃었고, 쓴맛만 남긴 채 과거의 영광이 되었다. 

다른 지역보다 더 노동집약형산업에 쓴맛을 본 담양군이 죽공예 후속으로 선택한 것 중의 하나는 딸기이다. 딸기는 식감, 기능성 등 식품 가치가 높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과거 죽공예품처럼 담양서 생산된 것이 수출도 되고 있어 그 전망은 밝아 보인다.

일본 역시도 딸기산업이 성장하고 있는데, 어쩐 일인지 지난 10년간 생산량은 약 10%, 재배 농가는 15년 전에 비해 약 30%, 재배 면적은 16%가 감소했으며, 여전히 감소 중이다.

그 원인은 담양 죽공예품처럼 딸기 재배에 기술이 많이 필요하고, 노동집약형 때문이다. 일본은 우리나라 보다 인구 감소가 빨리 진행되어 농촌 인력 부족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딸기 재배의 연간 작업 시간은 10a당 2,000시간을 넘어 다른 채소의 하우스 재배에 비해 2배 많다. 특히 출하기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확하여 선별·팩 포장 작업이 심야에 이르기도 한다. 과도한 노동 부담은 딸기 생산자 감소의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딸기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죽공예와 다르나 노동집약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게다가 딸기 재배 농가의 고령화, 인건비 상승 등 노동생산성 측면에서 담양 죽공예 쇠퇴 환경과 다르지 않다. 다만, 딸기 재배의 경우 전체 작업 시간의 30% 정도가 딸기 선별, 팩 포장, 출하 등 딸기 수확과 출하기에 집중되어 있고, 이것은 재배시설, 공동 선별과 포장 센터 등의 투자에 의해 일부 자본집약형 산업으로 전환이 가능한 차이가 있다.
담양군의 딸기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이점을 고려하고, 쇠퇴기의 죽공예 상황을 반면교사 삼길 바란다.

■ 허북구 농업 칼럼니스트
- 목포대학교 원예과학과 농학박사
- 원광대학교 원예학과 겸임교수 및 동서보완의학 대학원 강사 역임 
- 유네스코 자카르타 사무국, 미국 MICA 초청 등 해외 강연 25회
-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대한민국수공예대전, 대한민국압화대전 심사위원 역임
- 대만 타이난시정부 초청 등 해외에서 지화(紙花) 개인전 6회 개최
- ‘탄소농업’ 등 국내외 저서 120권, 국내외 학술지 게재논문 342편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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