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친정 아버지가 불현듯 내 나이를 물으셨다.

서른을 훌쩍 넘겼다는 말을 했을 때,
 "허허... 내 딸이 벌써..."
하시더니, 조용히 말씀하셨다.

"인생을 살면서 내 편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단다."

"네??? 아빠는 무슨 이상한 말을 하시고 그래요?
제가 적을 만들 일이 뭐가 있다고..."

"네 앞에 무슨 일이 닥쳤을때
네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많으면 좋겠지만
적어도 널 음해하고 깍아 내리려는 사람은 없도록
세상을 살아가라는 말이다."

그 당시에는 참 이해하기 힘든 말이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아버지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 후, 싫고 좋은 것의 구분이 명확했던 내 성격에
차츰 변화가 생겼다.
매사 당장 해결을 보려고 무작정 부딪히며 나가는게
오히려 역효과였다는 것도 배우는 중이다.

진실은 강요하지 않아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러니 빨리 가지 못한다고 조급해 하지 말자.
조금 돌아갈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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