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때 일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한테 주어진 일이
산더미처럼 느껴졌다.
'내가 아니면 안돼.'라는
성격의 소유자였던터라
매사 남에게 맡기지 못하고
혼자서 다 짊어지고 가려다 보니
결국 한계점에 이르렀다.

난 바빠 죽겠는데 한가하게 놀고 있는
선배들이 원망스러웠고
나만큼 따라와 주지 못하는
후배들도 한심해 보였다.
인내심이 극에 달했을때
'그래, 그동안의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느껴보라지.'
하는 마음으로
소위 말하는 잠수를 탔었다.

일주일 쯤 후...
학교에 돌아왔을 때
심한 충격에 빠졌다.
내가 없으면 하나도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았던 일들은
다른 누군가가 차분히 하고 있었고
심지어는 나의 부재를 모르던
동기들도 있었을만큼
학교는 내가 떠나기 전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세상 일에 '내가 아니면 안돼.'라는
사명감으로 임하는 건 참 중요하다.
하지만 그 생각으로 인해
스스로의 틀에 갇혀 사는 것은
참 어리석은 일이다.

어쩜, 내가 아니여서
더 잘되는 일도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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