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시작한가 했더니 벌써 2월에 접어들었다. 곧 있으면 무술년 설날이다. 설은 모두를 설레게 한다. 부모님을 찾아뵙고 고향 친구를 만나고, 세배를 받고 세뱃돈을 건네주면서 자식과 손자를 키운 보람을 느낀다.

출향인들에게 고향은 마음을 두고 살아가는 곳이다. 고향은 출향인들이 고향의 이름을 알리고 고향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마을길에 걸린 고향 방문 환영 현수막이나 문중, 학교, 동네에서 내거는 축하 현수막이 이를 보여준다.

명절이 되어 고향을 찾을 때 출향인들은 출세를 못하면 고향 내려가기가 꺼려진다. 취직이 되고 때가 되면 승진도 해야 하고 남들이 부러울 정도로 돈을 벌어 결혼도 해야 고향을 찾을 수 있다. 한때 부모세대들은 자가용을 빌려 타고서라도 고향을 방문해야 부모님께 효도하고 고향에 얼굴을 내밀 것 같은 자존심이 있었다. 과거 출세라는 것이 높은 관직에 오르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돈 많은 사람 쪽으로 기울어져 가는 것 같다. 옛날이야 물 좋은 자리에 올라가면 돈과 명예는 따라 오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명예도 돈도 따라오지 않는다. 자고나면 한때 잘나갔던 사람의 비리가 터져 나오고 구속되었다는 뉴스가 나온다. 높은 자리에 있었다는 것은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과 등식이 성립되어가는 고위직 불신임 시대다. 지난 1월 달 실업자 급여 신청자가 32%나 증가했다고 한다. 취업도 어려운데 실업자가 늘고 있다. 청년 실업을 해소하겠다던 정부는 매일 적폐청산에 매진하는 것 같다. 공부하는 젊은 세대들은 정치도 싫고 이런 세상이 싫다고 한다. 젊은 세대들의 취직과 결혼 소식을 듣고 싶은 어른들은 이번 설에 그들의 얼굴이나 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어른들은 내가 정직하게 살았기에 내 자식들은 당연히 그렇게 살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 남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정작 잘사는 사람들은 윤리적이고 정직한 척 하면서 자기 몫은 칼같이 챙기는 세상을 보고 있다. 부와 명성을 누리고 싶다면 도덕적으로 살아서는 안 되는 세상이 되 버렸다. 이런 세상에서 과연 손해를 보더라도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자식들에게 얘기할 수 있겠는가. 

한때는 비리를 척결하고 정의를 구현하겠다던 집단이 지금 서로가 서로를 물고 뜯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정의는 영원히 불변하고 최고의 선인지 혼란스럽다. 얼마의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변하면 또 새로운 적폐가 튀어 나오고 과거의 판결을 번복하고 또 다른 정의가 만들어질 것이다. 권력과 여론이 정의를 만드는 한 악순환은 계속 역사를 더럽힐 것이다.

권력은 그 힘이 돈에서 나오는 것일까. 축적된 부는 그 힘을 권력으로 지향하고 힘 있는 권력은 항상 재물을 조심하지 못해 끝이 좋지 못하다. 이번 설에도 동계 올림픽, 정치인과 재벌들의 감옥 이야기, 6월 지방선거에 누가 출마하는지 등 아주 맛있는 안주거리가 많을 것이다. 이런 때에 우리는 험난한 세파에 휘둘리면서도 무엇이 죄가 되고 무엇이 정의인지 누가 이것을 판단하는지, 법치는 살아 있는지, 덕치를 구현할 정치인들이 누구인지를 생각하면서 자식들에게 들려 줄 덕담을 그려 보자. 자유민주주의는 지켜보면서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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