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조선이 망하는 데는 당파싸움에 빠져들어 국방과 백성들의 배고픔에 대해서는 무관심하였던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임진왜란을 당하고 병자호란을 당하면서도 조선의 정치인들은 여전히 쓸데없는 정치 논리싸움을 계속했다. 결국 나라를 지킬 힘도 없던 조선은 청나라와 러시아를 꺾고 아시아의 맹주가 된 일본에 식민지가 되어 망했다. 조선 왕실의 권위를 보장하고 신변을 보장한다는 일본의 제안에 조선의 정치인들은 전쟁보다는 항복을 선택하였고 백성들은 일제 치하에서 나라를 잃은 설움을 톡톡히 맛보았다. 합방을 밀어붙였던 을사5적 중 한명인 이완용 총리대신은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다는 낫다. 이게 다 조선의 평화를 위한 것이다.’ 라는 말로 합방을 합리화 시켰다.

2차 세계 대전이 벌어지기 직전 영국의 챔벌린 수상은 독일의 히틀러와 뮌헨 평화협정을 맺었다. 챔벌린 수상은 이제 전쟁이 없는 평화의 시대를 맞았다고 선언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얼마 후 영국 국민들은 독일을 믿고 평화협정을 맺은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동맹국 프랑스를 돕기 위해 영국은 프랑스에 파병을 하였으나 프랑스 국민은 영국과 동맹하여 싸우기보다 히틀러에게 항복하여 파병된 수십만 명의 영국군을 궤멸로 내몰았다. 국가가 망하고 독일에 탄압을 받고 살아도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영국은 처칠이 수상이 되어 국민들에게 피와 땀을 요구하며 2차 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신사도의 명예를 지켰다.

월남전에서 월남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미국은 엄청난 전쟁비용을 부담하고 수많은 젊은이들을 희생시켰지만 막상 월남 지도층은 미국과 동맹하여 동족끼리 싸우는 것보다 민족 통일과 평화를 기대하며 반전과 반미를 선택했다. 결국 미국은 월맹과 파리 평화협정을 맺고 월남에서 철수하였지만 불과 2년도 안되어 평화협정은 깨지고 월남은 공산화되었다.

역사적으로 전쟁에 반대하고 양국 간에 평화를 지키자는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은 진실성이 없었다. 기만전술의 하나로 평화협정을 제안하거나 약소국이 강대국에게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평화협정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6.25전쟁 직전에도 북한은 민족통일과 평화협상을 주장하며 전쟁준비를 은폐했다. 북한의 위장 평화 제안에 남한은 긴장을 풀었고 남로당이 장악한 정치권은 전쟁직전에 주한 미군을 철수시키고 군대를 무용지물로 만들었지만 유엔군의 도움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켰다.

지금 우리는 어쩌면 조선 말기나 대한민국 건국 초창기와 같이 평화와 전쟁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지 모른다. 핵무기와 대량 생화학무기를 보유한 북한은 한반도 평화를 부르짖으며 우리 민족끼리 통일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우리 내부의 움직임도 전쟁을 반대하고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는 세력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국민들은 북한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며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고 남북군사합의서를 이적행위로 간주하며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러면 전쟁을 하자는 것이냐?’ 고 반문하며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려는 세력들을 코너로 몰아붙이고 있다.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다만 북한의 진정성에 확신이 없다면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다 낫다는 결론을 내리기 전에 북한의 진정성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결정하고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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