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 살다보면 별 희한한 단어들이 생겨나고 이들을 결합한 신조어들이 만들어진다. 또 모여서 얘기하다보면 이런 신조어들을 모르면 세상 뒤떨어져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여증 코인’은 ‘여호와의 증인’과 ‘비트코인’을 합한 말로, 이제 여호와의 증인을 믿으면 합법적으로 병역을 면제받게 되는데 이것은 비트코인으로 대박을 터트려 인생 역전의 행운을 잡는 것과 같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여기에 ‘가자’를 강조한 유행어인 ‘가즈아’를 붙인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이 신조어를 만든 계기는 ‘종교적 병역거부’ 사건을 놓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찬성 9 반대 4로 개인의 양심에 따라 병역의무를 거부해도 된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헌법 39조에는 모든 국민에게 국방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헌법 19조는 개인의 양심상 결정의 자유를 인정한다. 즉 자신의 판단에 따라 ‘옳다’, ‘그르다’라는 결정을 할 자유를 보장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선고공판에서는 헌법에 명시된 두 가지 법의 이해관계에서 2004년에는 병역의 의무를 우선한다고 판결했다면 이번에는 개인의 양심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판결을 뒤집었다. 학자에 따라 견해가 다르지만 개인의 양심은 자유롭게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지만 그것을 행동화하여 사회 규범에 반한다면 그것은 제한받아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판례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을 행동화하여도 된다는 수준에까지 이르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내가 북한 체제를 좋아한다는 것은 선택의 자유지만 그것을 들어 내놓고 찬양한다는 것은 국가 보안법의 저촉을 받는 것이다. 군대 가기 좋아하는 남자가 많지 않음에도 지금까지 그런대로 잘 시행되어 온 징병제도가 이번 판결로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한번 건드리면 되돌리기 어려운 것이 법과 제도다. 개인의 양심적 판단을 존중하다보면 아마 나라의 모든 법과 제도가 개인의 양심 우선으로 재정비 되어야 할 것이며 이것은 자칫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야기 시킬 수 있다.

이번 대법원에 병역의무를 못하겠다고 판결을 요구한 내용에는 주로 여호와의 증인들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것이다. 여호와의 증인은 나름의 교리를 가지고 오래전부터 집총을 거부하고 오늘날 국가가 요구하는 군대의 징집도 그러한 시각에서 거부하는 것인데 이것을 개인의 양심상 결정으로 보고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다.

대법원이 종교적 병역거부에 대해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고 판결하자, 온라인 공간에서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되는 방법에 대한 문의와 그러면 지금까지 군대 갔다 온 사람은 양심이 없었다는 것인가에 대한 비난이 터져 나왔다. 또 한편에서는 이번 기회에 여성도 국방의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면서 이 판결에 찬성의견을 내기도 했다.

지난번에는 군 복무기간을 단축하고 이번에는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으로 젊은이들에게 국방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 선진국 국민들은 국가가 부여한 의무를 다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국가 역시 평소부터 국민들에게 국가의 소중함과 국민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소명에 대해 계몽을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가장 강력하게 처벌을 한다. 국가 속에 국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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