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담양을 연결하는 도로와 철교 두 개의 다리를 쌍다리(쌍교)라 부른다. 과거 쌍다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 다리 밑에 넓게 펼쳐진 증암천의 하얀 백사장을 기억한다. 그래서 7월 백중에는 그 다리 밑에서 화전놀이를 하며 아낙네들이 한 시름을 품어내었다. 지금은 광주댐으로 인해 흐르는 물줄기가 차단이 되고 그 백사장은 우거진 갈대숲으로 변해버렸다.

시계를 돌려 16세기로 돌아가서 멀리 병풍산 추월산 그리고 드넓게 펼쳐진 평야와 맑은 증암천을 바라보는 언덕에 작은 초막을 짓고 송강 정철이 기거했던 송강정이 있다. 필자가 기억하는 송강 정철은 조선시대 당파싸움에 밀려 탄핵을 당해 대사헌 자리를 그만두고 이곳에서 유명한 사미인곡(思美人曲)을 지어 선조임금에 대한 충심을 변치 않았다고 알고 있다.

송강정철이 정치를 하던 16세기 조선은 1592년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임진왜란을 맞아 나라는 황폐화되고 수많은 백성들이 희생되었다. 부산포에 밀려들어오는 왜선을 바라보며 일본이 형님나라에 조공을 바치러 오는 것으로 생각하고 봉화불이 타올라도 이 추위에 무슨 전쟁이 날것인가 설마하며 깔아뭉갰다고 하니 닷새 만에 한양까지 내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류성룡은 징비록에서 전쟁에 굶주림에 역병까지 겹쳐 대부분 죽고 백 명에 하나 꼴로 살아남았다고 하니 그 참상이야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나라가 엉망이 되었던 것일까.

16세기 세계는 화약과 항해술의 발달로 약육강식의 시대가 열리고 있었으나 조선은 성리학에 빠져 주변국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심도 없이 동인과 서인들의 당파싸움에 정신이 없었다. 1589년 기축년에 정여립 모반사건이 발생하자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우의정으로 조정에 복귀한 정철은 서인(西人)을 이끌어 동인(東人) 반대파를 무려 1000여명이나 처단한 기축옥사를 단행했다. 그 많은 정치인들이 처단되었으니 나라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기나 했겠는가. 그런 정철도 2년 뒤 귀양을 가고 1년 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다시 조정에 복귀한다. 동인이 정치를 주무르고 다시 서인이 정치의 주도권을 잡고 그리고 또 동인이 정권을 휘두르며 백성을 들먹이지만 임진왜란을 맞아 그들은 그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백성을 아무 방비도 않은 채 무참히 전화(戰禍)로 희생시켰다.

송강 정철은 임진왜란이 한창인 1593년 5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죽고 난 뒤에도 누가 정국의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 정철은 죽어서도 탄핵과 복귀를 오락가락하는 일을 겪어야 했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 중에 가장 불행한 사람들은 16세기 말에 태어나 17세기까지 살았던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10대에 임진왜란을 겪었고 40대에 정묘호란을 그리고 50대에 병자호란을 겪었다. 그리고 다음은 조선이 망하는 19세기 후반에 살았던 사람들일 것이라고 한다. 일본의 식민지를 거쳐 민족끼리 이념의 대립으로 6.25참화를 겪었고 또 다시 나라는 폐허가 되었다.

지난 5백 년 동안 우리는 그렇게 정치인들의 싸움 속에서 희생되어 살다가 1960년대 이후 잠시 정치인들이 기를 펴지 못하도록 묶어 두고 경제 강국이 되었다. 송강정에 올라 잠시 16세기 송강 정철이 정치를 하던 그 시절을 생각해 본다. 그때나 지금이나 지금 우리의 정치는 달라진 게 무엇인가. 그들은 여전히 국민을 들먹인다. 진심으로 국민을 위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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