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가면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범어사를 창건한 시대에 원효대사가 만든 금정산 미륵사가 있다. 여수 향일암보다 더 웅장한 암봉이 멋스럽게 병풍처럼 펼쳐진 그곳에는 바위틈에서 쌀이 나왔다는 일화가 전해져 왔다. 배고픈 상좌스님이 쌀을 더 많이 나오게 하려고 바위틈에 막대기를 집어넣어 집적거렸더니 쌀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쌀 이야기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위로 올라가서 경북 경주에 있는 석남사 뒤쪽 쌀 바위에서도 똑 같은 설화가 있다. 수도정진하며 쌀이 떨어지면 마을에 내려가 탁발하던 스님에게 부처님은 감동하여 매일 바위틈에서 하루 한사람이 먹을 분량의 쌀을 나오게 해주었다. 그러다가 쌀 바위 얘기를 들은 욕심 많은 마을사람들이 쌀이 나오는 입구를 마구 쑤셔대어 더 이상 쌀이 안 나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강원도 고성에도 유사한 사찰이 있다. 신라 시대 진표율사가 창건한 화암사 남쪽에 있는 수바위 이야기다. 진표율사가 창건한 화암사는 민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스님들이 시주를 구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절에 사는 두 스님의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수바위에 조그만 구멍이 있으니 그곳을 찾아 끼니때마다 지팡이로 세 번 흔들라고 말하였다. 잠에서 깬 스님들은 아침 일찍 수바위로 달려가 꿈을 생각하며 노인이 시키는 대로 했더니 두 사람분의 쌀이 쏟아져 나왔다, 얼마 후 객승 한 사람이 찾아와 이 절 스님이 시주를 받지 않고 수도에 정진할 수 있는 이유를 들었다. 객승은 세 번 흔들어서 두 사람분의 쌀이 나온다면 여섯 번 흔들면 네 사람분의 쌀이 나올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지팡이를 구멍에 넣고 여섯 번 흔들었지만 쌀이 나와야 할 구멍에서는 엉뚱하게도 피가 나왔다고 한다.

비슷한 이야기는 우리가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배웠던 이솝우화에도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면 거위 배속에는 더 많은 황금알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배를 갈랐지만 농부는 살아있는 평범한 거위만 죽였을 뿐 이라는 이야기다. 오래 전부터 우리가 익히 아는 나무꾼의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도 이솝우화에서 변형된 버전에 해당하고 황금알을 낳는 닭을 임금에게 바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어른들에게는 쌀이 나오는 바위로 어린이들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닭이나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를 들려주어 현실에 만족하고 더 이상 욕심을 부리면 화를 자초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달라지고 인심도 달라지고 있다. 막대기로 쑤셔대니 실패한 것이라면서 굴삭기를 동원해서 단방에 찍어내야 한다는 것부터 멍청하니까 쇠도끼를 고집했다는 이야기로 변질되 나가고 있다. 요즘 같은 각박한 세상에서 착하고 양심 바르게 살면 손해만 본다는 이야기가 젊은 세대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도전과 개혁이라는 단어를 이용하여 자신의 욕심을 포장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정년퇴직하면서 국가로부터 많은 혜택을 보았다고 겸손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일부는 내 지위 명성을 가지고 나가면 될 것이라는 기대로 선거에 뛰어 들고 정치판에 줄을 대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끝없는 욕심 뒤에는 나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늘이 나를 쓰지 않는데 내가 스스로 높아지겠다고 안 되는 구멍을 쑤셔대고 아까운 닭 모가지를 비틀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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