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필(본지 칼럼위원)

   · 향토사전문책방 이목구심서 대표
   · 前대인예술시장 총감독

담양은 그 이름에서부터 물과의 친연성은 떼려야  뗄 수 없다. 물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어느 도시보다 담양이 다 담고 있다고 해도 나무랄 이 없을 것이다. 영산강 삼백오십리의 발원인 용소가 있고, 그 물을 너른 뜨락에 적셔주는 담양호가 있으며, 읍내를 가로지르는 백진강과 그 물이 넘나듬을 막아주는 관방제림이 있다. 습기 촉촉한 대숲은 한반도의 대밭 담양의 자랑이다. 무등산자락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는 독수정, 소쇄원, 식영정, 환벽당과 벗하며 자미탄을 형성하고 광주호에 잠겨든다. 읍내권역을 상징하는 산이 추월산과 금성산이라면 창평과 고서 지역의 산은 무등산과 월봉산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 산하는 굽힘이 없어서 수많은 인걸을 이 땅에 내어놓았으며 역사의 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담양을 잉태해주었다. 하지만 세상살이는 뜻하지 않는 변곡점을 선사했다. 공업중심의 사회, 도시 중심의 사회, 교육과 의료에 대한 심화된 의존성 등이 담양을 예전같지 않게 했다. 지키는 사람보다 찾는 이가 많은 담양으로 변화한 것이다.

일견 긍정적인 부분이다. 선조들이 내려준 유산이 오늘 시대에 매력적인 자원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호명해 낸다는 점에서는 정말 감탄할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방문자들이 담양을 스캔만 하고 가버리는 것이다. 이곳이 지닌 수많은 삶과 문화에는 무감하게 떠나고 만다. 그런 가운데 국토부는 도시재생 뉴딜 정책을 펼치며 삶의 형태가 완전히 달라진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하고자 한다. 담양군은 담양군대로 다양한 정책사업을 통해 옛것을 지키며 새로운 문화를 이식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담빛예술창고다. 양곡창고를 개조한 전시공간과 카페 그리고 희소성을 갖는 파이프 오르간이 마련된 이곳은 마냥 걷기만 해도 좋은 관방제림 길에서 반드시 들려야 할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더해 국수거리 한켠을 원도심과 연결하기 위해 들어선 담빛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13개의 공방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창작활동은 낡아진 골목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한다. 그리고 주조장을 리모델링 하여 예술촌으로 승화시킨 해동 주조장 또한 괄목할 만 하다. 주조장이 들어서기 전부터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미래의 문화공간이 어떻게 운영되어야 할지 고민하던 끝에 전시공간과 체험공간, 아카이브 및 레지던스 공간, 판매공간 등으로 세분화하며 오픈하자마자 대한민국 지역브랜드 최우수상을 받으며 주목받는 명소로 등극을 했다. 담빛길과 이어지는 쓰담길은 이제 리모델링을 마무리해 가며 담양 문화의 중심으로 부상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니 읍내 권역은 문화적 공간에서 다시 새로운 장소로서의 의미를 획득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담양이 다시 돌아보아야 할 것이 있다.

이런 명소화 전략이 주민들의 삶과 어떻게 교집합을 이룰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대안이다. 요즘은 젠트리피케이션을 넘어 투어리스티피케이션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수백만명이 찾는 죽녹원과 관방제림, 메타세콰이아길을 두고 지척에 두고 있음에도 숙박과 식음료를 다루는 업체를 제외하고는 실효적 이익을 거두지 못한다. 관광행위와 관광매력물을 제공한 주체 사이에 교감하고 상승하는 작용이 필요한데, 이러한 매개로서 명소의 장소성이 부각됨과 동시에 이곳을 지켜온 주민들의 삶에도 선한 영향이 필요한 지점이다. 바다 전망과 벽화로 유명한 통영의 동피랑 마을이 넘쳐나는 관광객 사이에서도 주민의 지지를 받는 이유는 바로 마을 주민이 운영하는 구판장을 통해 관광효과가 주민들에게 환원되기 때문임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주민주도형 공간의 확충이 필요하다. 그것은 사랑방 같은 커뮤니티 공간과 생활기술을 공유하고 전파하는 통로로서 메이커스 스페이스나 리빙랩과 같은 요소의 도입을 의미한다. 오늘 담양읍내를 살아가는 주민들은 대부분이 고령화 되어 있다. 복지관이나 노인회관도 좋지만 전 생애를 통해 체득한 삶의 이야기와 기술이 기록되고 전승되는 것이 필요하다. 주민에게는 자긍심을 후대에게는 체득된 삶의 기술이 공유되는 공간은 다다익선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지탱이 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신진인력의 유입과 인재 성장 프로그램 설계가 시급하다. 인구절벽이니 지방소멸이니 하는 말들이 주변의 말이 아니라 여겨진다. 광주와 지척에 있어 우선 당장은 한시름 놓는다고 하지만 지역의 맨바닥에서 일할 인재를 구할 때 담양사람을 구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가? 왜 담양출신은 담양에서 일하지 않고 대처로 가거나 타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는지 오피니언들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네 번째는 읍내를 관통하는 문화공간과 시설에 다양한 문화 요소가 인입되어야 한다. 시각예술을 중심으로 한 전시부분에 긍정의 힘이 모아진 이즈음, 이제는 공연예술분야의 시설 확충에도 관심을 증대할 필요가 있다. 예술의 융복합화가 급속도로 진전된 지금, 담양은 광주의 배후가 아니라 전진기지가 될 수 있는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선 광주에서 결핍의 요소가 무엇인지까지 고려해 서로 시너지를 가질 수 있도록 준비하는게 도시재생 분야에서 할 일이라 여긴다.

과거 건축과 토목으로만 승부하던 것이 도시의 일이라면 이제 재생은 사람이 먼저 생각되고 그들의 문화를 바탕으로 자존감과 비전이 사업안에 탑재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함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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