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참혹한 사건들이 화제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5월 제주도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4살배기 아들도 죽였다는 여인이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을 두고 이 사회는 3달이 넘도록 수사관들과 법리학자 심리학자가 뉴스에 출연하여 잔인한 살해과정과 향후 재판과 변론에 관한 분석을 거의 매일 토해내고 있다. 법치사회에서 범죄를 수사하고 피의자는 변호를 받고 법에 따라 형을 받으면 되지만 아직도 수사 중인 사건이 자주 뉴스에 오르내리다 보니 피의자는 파렴치한 악녀가 되어 버렸다. 왜 그랬는지 그 여자도 나름 한 맺힌 사연이 있겠지만 그 원인과 배경은 참혹한 결과에 밀려서 들어 볼 필요도 없다는 사회다.

지난 8일에는 한강에서 몸통만 있는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어 범인을 잡고 보니 근처 호텔 종업원이었다. 숙박비 4만원을 내지 않고 반말을 하고 태도가 기분 나빠 죽였다는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4만원과 기분 나쁜 태도에 죽였다는 것이 석연치 않은 점이 있지만 왜 우리 사회가 이처럼 잔인해졌는지 슬픈 현실이다.

지난 달 31일에는 서울에서 아들과 함께 굶어죽은 시체로 발견 된 여인이 있었다. 이 모자의 슬픈 죽음은 2달이나 지나서 발견 되었고 발견 후 10일이 지나서야 일부 언론에 등장했다. 이 모자의 죽음은 국민 소득 3만 달러를 넘은 이 사회에 충격적인 죽음이지만 언론은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오래지 않아 이 사건은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 여인은 2009년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탈북한 새터민이다. 탈북 후 새로 정착한 이 나라에서 잘 살아보기 위해 운전면허증도 따고 제빵 기술도 익혀 열심히 일한 결과 기초생활 수급자의 신분을 벗어 날 정도로 모범적인 새터민의 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역 경기가 어려워지자 일감도 줄어들고 결국 한 달에 지원되는 10만원의 양육비로 버티다가 굶어 죽었다고 한다.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절도 넘긴 억척스런 사람이 왜 굶어 죽었을까. 그럼에도 여론은 왜 죽었는지에 대한 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먹을 것이 없어 죽을 정도라면 가까운 행정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 여인에게 잘못이 있다는 식의 차가운 시선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웃의 어려움을 부패된 시신의 냄새로 알아차릴 정도로 냉랭한 사회 현실에 일찍이 삶을 포기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며칠 전 대통령은 10년 전 히말라야 등반 도중 사망한 등산인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어떤 죽음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 표명은 지금 이 나라와 사회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사건으로 보여 질 수가 있어 자칫 죽어서도 차별을 받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지금 이 나라는 수많은 복지 정책으로 돈이 풀리고 있다. 받기 싫다는 북한에도 어떻게든 지원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래도 살아 갈만하다는 근로자들까지 복지 수준을 올려 달라고 투쟁중이다. 그러면서도 이 사회는 어두운 뒷골목 주민들의 힘든 삶이 존재한다. 4만원에 생명이 오갈 정도로 한 푼 벌기 위해 사회는 몸부림치고 있는지 모른다. 난민으로 입국한 전혀 다른 이민족에게도 인권을 강조하며 그들의 삶을 보장해주는 나라에서 같은 민족인 새터민은 지원을 못 받고 굶어 죽었다.
사회의 개혁은 왜 그랬는지에 대한 원인을 알아내어야 근본적인 치유가 가능하다. 결과를 놓고 상처를 도려내는 것은 빈대 무서워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우리 모두의 마음부터 정화시켜야 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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