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큰 전쟁이 두 개 있었다. 일본과의 전쟁인 임진왜란, 중국과의 전쟁인 병자호란이다. 두 개의 전쟁 중에서 임진왜란은 영웅 이순신장군의 승리로 이긴 전쟁으로 인식하고 병자호란은 패배한 전쟁이어서 그런지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일본과 중국 두 개의 나라는 우리와 인접한 국가로 그들과의 외교와 전쟁은 과거 역사에서 보듯 피할 수 없다. 일본은 무조건 나쁘고 중국은 이유 없이 친근감을 가진 외교 정책은 현명한 결과를 얻기 어렵다.

얼마 전 영화 남한산성에서 보았던 병자호란은 지금 우리 외교가 어떤 길을 가야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국운이 기울어가는 중국과의 외교 선택에서 조선의 정치인들은 강한 청나라는 무시하고 기울어가는 명나라에 집착하는 어리석음을 보여 주었다. 남한산성에 갇혀 있는 중에도 청나라 황제가 보는 앞에서 명나라 황제 생일을 축하하는 망궐례를 올린다. 혹한과 굶주림으로 백성과 군인들은 죽어가는 데도 북경을 향해 왕이 춤을 추고 신하들이 절을 한 것이다.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참으로 어리석고 황당한 정치적인 행동이다. 이러니 조선을 깔보는 중국의 무례함이 큰 무례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후 지난 조선 말기에  27살의 원세계는 조선을 감독하는 임무를 띄고 10년간 무소불위의 권한을 조선에서 휘두른다. 아버지뻘 되는 대신들에게 하대를 하고 조선 왕을 가마위에 앉은 채로 접견하고 밥상을 걷어차는 무례를 범했다. 역사를 아는 사람들은 이 10년이 일본의 35년 식민지 지배보다 더 조선을 암흑기로 몰아넣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지난 6월 오사카에서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곧바로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바쁜 일정에도 삼성, 롯데, 현대 등 기업총수들과 한국의 주요 인사들을 만찬에 초청했다. 초청을 받은 사람들은 기쁜 마음으로 만찬에 참석했고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대조적으로 지난 주 한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한국의 기업인과 주요인사들 100여 명에게 자신이 주최하는 오찬에 참석하도록 통보했다. 장관의 직책에서 일방적인 통보를 하는 이런 행태에 대해 사업상 안갈 수도 없는 곤혹스러운 기업총수들의 말들이 나왔다.

2016년 말에는 중국 외교부 과장급이 한국의 대기업 총수와 고위 관료들에게 "사드배치를 하지 말라. 小國이 大國에 대항해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2017년에는 외교부장이 한국의 대통령과 악수를 하면서 팔을 툭 치는 무례함을 보이기도 하였고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한국 기자들은 중국 경호원들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병자호란에서 굴욕을 당한 조선의 평민들은 청나라 상인들을 장깨, 뙈놈으로 부르며 설움을 달래기도 했다. 윤리와 도덕, 상식을 벗어나 짐승과 같은 사람들이니 정치인들이 무슨 짓을 하든 우리라도 조심하자는 것이었다.

지금 미국과 중국은 전쟁 중이다. 병자호란 당시 기울어가는 명나라와 신생 강국 청나라가 중국 대륙의 지배권을 놓고 다투는 형국을 지켜보는 조선처럼 지금 한국은 세계의 지배권을 놓고 다투는 미국과 중국의 모습을 보고 있다.
외교가 중요한 시점이다. 지난 2015년 중국은 전승절 행사 식장에서 러시아 대통령보다 한국의 대통령을 더 극진하게 대접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불과 2년 후 2017년의 국빈방문 행사에서는 혼밥이라는 유행어가 나올 정도로 홀대를 받았다.

한국의 중국과의 외교 상황을 지난 주 일본의 산케이 신문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 한국을 협박’이란 제호로 평가했다. 중국은 여전히 우리를 조공이나 바치는 그런 하류의 나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얼마 전과 지금의 이 다른 외교 상황을 어떻게 왜 비교하여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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