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군 복무시절 이야기다.

내가 지휘하는 부대를 얼마나 잘 훈련시켰는지를 평가받는 기회가 자주 있었다. 그중에서도 두 개의 부대를 실전과 같은 상황 하에서 싸움을 붙이고 그 결과를 평가받는 사후검토회의(AAR After Action Review)는 부하들과 심판관들 앞에서 잘잘못을 따지는 회의로서 지휘관들을 피 말리게 하는 것이었다. 매 순간 왜 이렇게 결심을 하였는지를 따졌고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는 나의 무지와 무능에 대해 반성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훈련은 물론 모든 업무에서도 반드시 AAR을 하고 그 결과를 노트에 정리하여 다음에는 그런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나의 자산을 만들어 갔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 사태는 우리들의 세상사는 패턴을 이곳저곳에서 이런저런 여러 가지를 만들어냈다. 그래도 우리 의료진들은 지난 사스와 메르스 사태의 경험을 살려 헌신적으로 치료에 임하였고 그들의 숨은 노고로 이번 사태 극복에서 모범 국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세상의 모든 일이나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앞선 선배들의 경험을 전수받고 그들이 잘했던 것은 이어가고 실패는 거울삼아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만큼 경험은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지난 9일 교육부장관은 온라인 개학식 축사에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고 새로운 도전"이며  "처음 가는 길인만큼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이런 과정과 경험 역시 우리의 자산과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측면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들을 좋은 경험으로 알고 그것을 우리의 자산으로 만들어 다음에 이런 일이 발생하면 두 번의 실수를 하지말자는 것이다.
행정 분야에서 자산은 그런 취지에서 매우 소중하겠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는 우리들 일상 삶에서도 많은 자산을 만들어냈다. 방학을 지나 한 달 이상 개학이 늦어지고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한 거리두기 정책에 맞춰 외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견디어야 하는 여러 풍경들이 나타났다. ‘돌밥’이란 단어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혼밥’은 혼자 먹는 밥이란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돌밥은 돌아서면 밥이고 돌아서면 밥이란다. 아침을 준비하고 그리고 설거지가 끝나기 무섭게 다시 점심을 준비하고 다시 설거지를 하고 나면 또 저녁 준비를 해야 하는 가정의 따분한 일상을 표현한 것이다. 손자를 돌보기 위해 딸네 집으로 간 할머니는 감염 위험이 있는 대중교통도 타지 말라하여 집에도 못가고 종교 집회도 못가는 일상이 감옥과 다름없더라고 했다. 매일 하루 세끼를 잘 차려준 밥을 먹던 할아버지는 뜻하지 않게 홀로서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고지서를 받고 납부하고 청소를 하고 그동안 할머니가 했던 집안살림살이가 이렇게 많다는 것을 실감하고 할머니의 존재를 소중하게 느꼈다고 한다. 반면에 이처럼 가족이 한자리에서 오붓한 시간을 오래도록 가져본 것도 매우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을 느낀다고도 했다. 사전투표가 최고의 기록을 세운 것도 이런 이유도 있지 않을 까 생각해본다.
이처럼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국가나 사회적으로 수많은 경험들이 자산으로 축적되고 있다. 그동안 학교에서 무슨 수업을 어떻게 받는지 몰랐던 부모는 이제 가르치는 선생님을 아이와 함께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선생님의 실력과 외모로 풍기는 지적수준까지 평가할 기회를 맞았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무척 곤욕스런 일이 분명할 것이다.
이처럼 소중한 자산을 쌓으면서 코로나 사태는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곧 마음껏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을 갖고 늦은 봄 마중이라도 나갈 희망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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