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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공(空)과 그 꽃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박환수(조선이공대 교수)

‘살다보면 알게 돼, 버린다는 의미를,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부질없다는 것을, 잠시 스쳐가는 청춘 훌쩍 가버린 세월, 백년도 힘든 것을 천년을 살 것처럼,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꿈이었다는 것을.’ 

가수 나훈아가 부른 ‘공(空)’의 가사 일부분이다. 세상사는 것이란 노래 말처럼 내가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고 알고 보면 어리석게 살았고 웃음도 나고 왜 그랬을까. 내가 생각해도 미련했고 때는 늦은 듯해도 그래도 세상은 그런대로 살만한 세상이다. 그때그때마다 조금만 비우면 되는 것인데 뭐가 눈에 끼었는지 마음에 무엇이 자리 잡고 있는지 그게 그렇게 쉽게 되지 않는다. 

세상살이가 이런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피라미드와 같은 조직 구조에서 소수만이 누리는 상류층 그룹에 끼어보고자 끝없는 도전을 하고 이에 따른 성공과 실패가 따르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상류층의 삶은 부(富)가 있고 권력이 있고 명예가 따르고 남을 지배하고 남으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는 나도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을 가지고 어떤 이는 태어날 때부터 슬픈 자신을 비관하고 도전보다 괜히 상류층을 타도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한 단계 한 단계 오를 때마다 성취의 희열감을 느끼기도 하고 실패 시에는 깊은 좌절에 빠지고 그 이유가 바로 나 자신이 아닌 너에게 있다고 보는 경우도 있다. 내가 왜 실패해야 하는지에 대해 나 자신보다 조직의 문제와 그런 결정을 한 사람들에 대한 원망으로 바뀌고 그 분(憤)이 쉽게 진정이 안 되는 것은 실패해본 사람은 다 아는 슬픈 순간이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예전과 같은 흥미진진한 맛은 없었다. 선거운동 기간도 짧아 과거와 같은 뜨거운 열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공천이 당천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이 지역의 정서로 인해 그 결과도 일방적이고 싱겁기만 하다. 그러나 선거에 뛰어 든 사람들이라면 견해가 달라진다. 선거결과는 당선의 희열과 탈락의 고배라는 극과 극의 상태를 만들어 준다. 출마하는 사람 대부분은 당선을 목표로 그리고 당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오래 전부터 모든 노력을 퍼부어 왔다. 그러나 소선구제에서 2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 한 표차이라도 당선과 낙선이라는 경계선이 명확하게 그어진다. 
이번 선거를 멀리 보면 그래도 몇 가지 특이한 점을 찾을 수 있다. 이 지역을 대표하고 이 지역의 정서를 이끌어 왔다는 정치인들이 낙마를 한 것이다. 
유명 인사들이 자리를 떠날 때 세상 사람들은 그 떠나는 길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 그 사람 아깝다 하지만 이제 그만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라고 하기도 한다. 반면에 떠나는 사람은 아직도 할 일이 많고 세상이 나를 원하고 있다고 미련을 버리지 않는다.  정치 9단이면 세상살이도 9단일 것인데 명예스럽게 퇴진하여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보인다. 

시인 고은은 그가 지은 ‘그 꽃’에서 심오한 인생을 가장 함축적으로 묘사해 놓았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꽃은 무엇을 말함인가. 과거에 낙선자들이 다음을 기대하며 현수막으로 인용하였던 이 꽃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못 읽어서 죄송하다는 의미였겠지만 연로(年老)의 시인이 바라 본 그 꽃은 공(空)이나 다름없지 않은 것 아니겠는가. 비록 내가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어도 또는 앞으로 출마할 사람들은 나훈아의 ‘공(空)’이나 고은 시인의 ‘그 꽃’의 의미를 한번 쯤 미리 상기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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