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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필의 문화에세이(3)전고필(문화기획가, 향토사전문책방 이목구심서 대표)

거리 두기 시대에 대응하는
어느 맛집의 젓가락과 담양군의 미디어 투어

고읍리가 고향이니 읍내생활이 더 재미지다. 가장 좋은 것은 갓 산야에서 나온 재료로 음식을 만드시고 이를 가져가라는 어머니의 부름이 최고로 오진날 들이다. 고령이라 하시기엔 그렇지만 평생의 노동으로 힘겨워하심에도 자식 걱정은 한결 같으시다. 그런 고향집으로 들어가려면 옛 음식을 정갈하게 차려내는 식당을 지난다. 그 집 이야기다.

언젠가 그곳에서 손님들 모시고 식사를 했던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드렸더니 표정이 좋지 않으셨다. 아마도 어머니의 음식을 찾지 않았던 탓이고, 고가의 음식비용을 지불했을 것이라는 생각 등이 겹쳐진 덕분이리라. 그후로는 그곳에 갔다는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하지 않고 간다. 외지에서 오신 손님들은 한결같이 남도의 기품있는 한상차림에 감탄을 하며 남도문화의 진수를 음식에서 찾고자 하고 그것을 매개로 문화로까지 이어가는 이야기에 수긍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민간의 영업 영역이지만 그분들이 지역관광의 최일선에서 웅숭깊은 남도 문화를 알리는 최첨병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작년 이집에 가서 잠시 의문이 들었던 일이 있었다. 네명이서 식사를 하는데 숟가락과 젓가락이 짝을 이뤄주면서도 거기에 개별로 젓가락을 한 세트씩 더 주는 것이었다. 상을 차려주는 분에게 여쭈니 함께 먹는 반찬을 덜어 갈 때는 공용으로 사용하라는 뜻으로 이렇게 셋팅을 한다는 것이었다. 뭐 우리끼리인데 하면서 넘기긴 했지만 정말 뜻밖의 충격과도 같았다. 우리의 문화를 밥상공동체라고 흔하게 이야기하며 이로 인해 따뜻하면서도 배려가 있는 문화를 습득하고, 끈끈한 가족애를 바탕으로 지역과 사회 구성원에게 있어 돈독한 문화가 꽃피워 왔고 협동을 바탕으로 생산 공동체를 이뤄왔음은 자명한 일이다. 귀한 음식일수록 어른을 먼저 챙겨 드리면 그 어르신은 반드시 자식들의 밥숟가락에 떠 먹여주며 누구도 넘보지 못할 내리사랑의 아름다운 모습을 일상화 했던 것이다.

적어도 우리 몸에는 그런 DNA가 잘 축적이 되어 있다. 한솥밥이 일궈낸 미풍양속 안에는 단독적인 개인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라는 묶음으로서 생과 사의 공통성에 대한 연대가 자리잡은 것이다. 아직은 사회생활에 미숙하고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도 서투른 아이들에게 밥상은 교육의 자리이자 사회적응의 자리로서도 존재했다. 둘러앉은 밥상이 주는 선물은 서로 마주앉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녔다는 것이다. 외면하지 않고 눈을 마주치며 안부를 살피고 현재의 삶을 이야기하고 바깥의 소식을 공유하고 미래의 일들을 도모하는 한마당으로서 밥상이 이뤄낸 성과는 눈부시다. 그 정중앙에 자리한 밥상문화의 파격이 이제 진행되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파괴가 아니라 새로운 창조와 같은 것이었다. 사회의 구조가 개별화된다고 해서 그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정갈하고 담박하게 음식을 먹으며 한결 뜻 있는 식사가 되도록 매개가 된 젓가락 하나가 내미는 이야기는 소중했다.

서툴러서 개인용인지 공동용인지 분간하지 못하며 다시 집었던 음식을 놓아야 하는지 가져와야 하는지 망설여 가며 먹었던 그 식사자리는 자못 의미심장하게 오늘과 만나게 된다. 코로나19가 모두를 감금하고 억제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리라 누구도 예측못한 일이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타인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드는 시절을 보내는 이즈음, 실로 대단한 국가로서 대한민국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존재하는 각각의 국민들의 절제와 양보와 배려는 지상에서 가장 멋진 나라로 위상을 구축하고 있다. 이제 세상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를 구분지으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구분되어 지게 되어 있고 우리는 서투르지만 그런 세상의 변화에 대해 지각하고 응답해야 할 따름이다. 이럴 때 고읍리의 한 식당이 찬모의 손이 더 들어가고 설거지하는데 시간과 공력이 따르며 인건비가 더 들지라도 손님을 배려하는 젓가락 한쌍이 보여주는 변화의 디테일이 이제 온갖 곳에서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 테마여행10선의 4년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남도맛기행 권역의 담양은 개별 여행자의 읍내권 관광을 권장하고 간섭받지 않으면서도 지역을 소상히 알고 이해하는 것을 돕기 위해 개인용 테블릿 PC와 이어폰을 들고 해동문화예술촌, 담빛예술창고, 인문학가옥, 국수거리, 갤러리 골목 등을 여행하는 미디어 투어 상품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비대면이 장려되는 시대에 이런 여행법은 각종 언론의 주목을 받을 뿐만 아니라 여행자들 사이에도 이슈가 되고 있다. 어찌보면 사회와 소통하고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이런 작은 일들에서 비롯하여 더 확장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여진다.

도도하게 흐르는 코로나와 팬더믹이 던져준 화두 앞에서 움츠려들기보다는 각각의 공간과 생활의 자장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찾아내야 하는 숙제 앞에 서 있다. 스타벅스의 드라이브 스루 라는 판매 메커니즘이 반응검사에 적용하여 모두를 안심시켰듯이 일상에서 조금만 궁리하면 답은 찾아질 것이다.

담양군과 지역사회의 리더들은 이분들의 궁여지책을 어떻게든 생활 실천으로 끌어내기 위한 지혜와 실천을 위한 지원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이다. 지금 관광객들이 관방천에 넘쳐난다는 것은 그분들이 청정한 담양을 신뢰한다는 방증이 아니겠는가.

담양뉴스  webmaster@d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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