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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스 창간4주년기념 기획연재 Ⅳ(소설)/균을 위한 발라드댄스(1화)강성오 작가

담양뉴스는 올해 창간 4주년을 맞아 『기획연재Ⅳ/소설』 ‘졸복’에 이어 ‘균을 위한 발라드댄스’를 연재합니다.
‘균을 위한 발라드댄스’는 담양으로 귀농한 작가가 직접 쓰고 다듬은 소설이며, 문학나무 출판으로 300여쪽에 달하는 소설 ‘졸복’ 에 함께 수록된 단편소설입니다.
책 이름을 대표한 ‘졸복’ 에는 ▲졸복 ▲균을 위한 발라드 ▲미끼 ▲관 ▲그림자놀이 ▲상괭이 ▲오라해서 갔더니 ▲분재,섬 소사나무 ▲농어 주낙 등 9편의 단편소설일 실려 있으며 삶의 현실을 다양한 주제로 그려낸 작품으로 시중에 출간, 서점에서도 판매중입니다.
본지는 강성오 작가의 소설 ‘균을 위한 발라드댄스’를 이번호 부터 월2회 가량 지면을 통해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작가 프로필】
작가 강성오는 필명 ‘무진’으로 완도가 고향이다. 담양으로 귀농해 원로작가 문순태 선생에게서 글쓰기를 사사했으며 생오지 소설창작대학을 수료했고 현재 본지 농촌·문화예술 분야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한라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2012년),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2013년), 농어촌문학상(2014년), 한국해양문학상 우수상(2016년), 제10회 목포문학상 남도작가상 수상(2018년) 등의 경력과 함께 무등문예창작연구회장을 맡고 있다.

<제1화>

어둠 속에서 급박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부산한 발소리가 컴컴한 허공을 가른다. 지게차의 실루엣을 따라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간다. 깊이 눌러쓴 모자와 하얀 마스크가 언뜻언뜻 눈에 잡힌다. 어떤 이는 망치를, 어떤 이는 해머를, 또 어떤 이는 끝이 뾰족한 물음표 모양의 갈고리를 들었고 몇몇은 제법 묵직해 보이는 전동 드릴을 들었다. 배낭을 멘 사람도 있다. 다들 한 방향으로 바삐 걷는다. 후줄근한 뒷모습을 보이며 앞장선 무리가 방향을 튼다. 외따로 떨어져 있는 비닐하우스로 향한다. 세 동의 비닐하우스는 검정 차광막을 둘러쓰고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저 멀리서 개 한 마리가 컹컹 짖는다. 개 짖는 소리가 도미노처럼 마을 전체로 번진다.
다수는 1톤 화물차를 몰고 재빨리 사람들을 앞질러 간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비포장도로의 굴곡진 턱을 그대로 넘는다. 정수리가 천정에 닿을 듯 가까워졌다가, 멀어진다. 차를 세운 다수는 전조등을 켜 놓은 채 뭉그적거리며 내려선다. 뒤를 바라본다. 차가 지나온 자리를 걷는 무리가 점점 불어난다.
 
오늘은 버섯 종균을 접종하는 날이다. 접종 절정기인 4월이면 일손이 모자라 야간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새벽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 이례적인 일을 하기 위해 버섯 작목반 사람들이 나섰다. 작목반 반장인 M이 힘들지, 라며 다수 어깨를 툭툭 두드린다. 다수는 자기보다 족히 서른 살은 더 들어 보이는 M에게 허리를 대충 꺾는다. 다수는 느릿느릿 비닐하우스 입구로 걸어가, 기둥을 더듬어 전등을 켜고 나온다. 두 남정이 비닐하우스 앞 십 미터 지점으로 뚜벅뚜벅 걷는다. 그들은 가슴 높이의 더미 옆에 쭈그리고 앉아 차양을 묶어 놓은 밧줄을 푼다. 더미를 덮고 있는 검정 차양의 끝을 양손으로 잡고, 머리 위로 팔을 올려, 차양을 말아가며 걷어낸다. 길이 1.2 미터 내외의 굵기가 제각각인 참나무 토막이 하나둘 드러난다. 차양을 모두 벗기자 수백 개의 통나무가 무더기를 이루고 있다.
 
전등 빛에 속살 일부가 드러난 어슴새벽, 사람들은 각자 할 일을 잘 알고 있다는 듯 이리저리 흩어진다. 아낙들은 모두 비닐하우스 ‘나’동 안으로 들어간다. 사람들은 곧장 일에 매달린다. 통나무를 파고드는 전동 드릴의 요란한 기계 소리와 허공을 뿌옇게 흐려놓는 미세 먼지 속에서 마스크를 쓰고 일하느라 여념이 없다. 남정들이 천공 작업 후 바닥에 내려진 통나무를 너나없이 지게차 위로 옮겨 싣는다. 굵은 원목은 둘이서 양쪽 끝을 들고 힘겹게 들어 올린다.

M은 지게차 위에 올라타 통나무를 비닐하우스 안으로 나른다. 아낙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3센티미터쯤 되는, 산업 현장에서 흔히 쓰이는 귀마개를 닮은, 종균 뭉치를 통나무 천공에 접종한다. 아낙들은 끝을 죄다 잘라버린 면장갑을 끼었다. 살몃살몃 드러난 손끝이 거칠고 새까맣다. 아낙들 옆에 사탕과 봉지 커피가 담긴 소쿠리, 1.5리터 들이 콜라와 주스, 커피포트가 놓여 있다. 두 개의 동그란 스피커가 달린 라디오 하나가 비닐하우스 기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검정 색깔이 번들거린다.

다수는 라디오를 켠다. 여자 아나운서가 싱그러운 목소리로 아침을 열어주기를 기대했건만, 잡음만 요란하다. 라디오를 끄고 차를 향해 발길을 돌린다. 아내 말이 떠오른다. 작업장에 주인이 없으면 되겠어? 다수는 사람들 눈에 잘 띄는 나무 팔레트에 퍼질러 앉아 부족한 잠을 보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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