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이야기⑭1950년대 담양의 ‘보릿고개’

6.25전쟁이 끝난 직후의 1950년대는 사회적 혼란은 물론이고 먹을 게 없어 죽고 사는 것이 일상처럼 느껴지는 자신도 모르는 급변하는 세상이었다. 당시, 담양에서도 군민 70%가 보릿고개를 넘기는 것이 매우 힘든 시절이었다. 곳곳에서 절량농가가 속출하고 군내 각급 학교에서는 결식 아동수가 나날이 늘어 40∼70%에 달했고, 특히 오지 지역인 용면, 월산, 남면, 대덕면 등에서는 학교 문을 열지 못해 학생들 대부분이 급식을 먹지 못하는 기아상태가 계속됐다. 게다가 산간벽촌에서는 초근목피로 간신히 연명하고 살아보겠다고 몸부림치는 농민들은 한 달이면 몇 번씩 공비토벌에 동원된 민병대와 전투경찰의 식사제공에도 엄청난 부담이었다. 가을 농사를 수확하고 따뜻한 밥 한 끼 못 먹은 당시의 농민들의 비참한 생활상은 인간 이하의 참상이었다.

군내 산간오지를 비롯 상당히 많은 마을에서도 해마다 절량농가가 속출해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날이 갈수록 더해갔다. 덩달아 걸인수는 더욱 늘어나고 양지바른 곳이나 다리 밑에는 노숙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그때 담양읍에는 80여 명의 걸인이 배회하고 있었다. 각 읍면 지서 및 분소의 방위벽 구축,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죽창을 들고 군사훈련을 하고, 못 먹고 파리 목숨보다 못한 인간이하의 생활이 이어졌다. 월산면, 봉산면 등에는 미군의 원조로 전쟁민촌이라는 1~2평짜리 집단촌이 건립되기도 했으나 오래가지 못하고 대부분이 폐촌이 되고 형식적이나마 지급되는 밀가루도 중간에 귀신도 모르게 강취당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에 정부는 1954년부터 1주일에 화요일, 금요일 이틀을 중식은 밥 대신 분식을 먹는 분식날로 정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음식점은 영업을 정지하는 등 처벌을 강화했으며 1회 위반시 1개월간 영업정지를 시켰고 분식장려에 앞장 서야 할 공무원이 이를 위반시에는 중징계를 당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처럼 1950년대 10년 동안 담양의 군민들은 기아와 굶주림으로 대부분 피를 말리는 세월을 보냈다. 한숨으로 날이 새고 한숨으로 밤을 지새우는 시대였다.(출처: 이해섭의 담양이야기)/ 담양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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