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표고버섯 한번 재배해볼까?”
  아내가 물었다. 2월 1일이었고, 저녁상을 물린 뒤였다. 다수는 아내의 표정에서 표고버섯에 대해 허황한 꿈을 품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K시가 고향인 아내도 다수처럼 농사는 문외한이었다. 그럼에도 무턱대고 뛰어들려는 아내가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생각했다.

  “농사를 짓자고?”
  다수는 펄쩍 뛰었다.
  “우리 밭이 수분이 많아 버섯 재배에 더없이 좋은 지역이라잖아? 기왕 밭도 사 놓았으니 놀리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고, 시설비도 절반은 지원한다잖아? 그리고 작목반에 들어가면 품앗이 형태로 도와주니, 경험이 없어도 재배할 수 있다는 말을 자기도 분명히 들었잖아?”
  아내가 말꼬리를 살짝 높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사람들을 믿고 어떻게 농사를 짓냐?”
  “왜? 잡아먹는데?”
  “그런 뜻으로 말 한 거 아니잖아? 게다가 수분이 많은 밭이라며? 두더지가 아니라도 나는 그런 밭에서 일하는 거 질색이야!”
  다수는 정색했다.
  “그럼 어쩌자고?”
  “차라리 매점이나 보는 게 낫겠다.”
  “거지보다 못하게 쫓겨났으면서, 매점이라고?”
  “그래도 농사짓는 거 보다는 나아.”
  “대출받기 싫어?”
  아내가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
  다수는 대출이라는 말에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나도 전문적으로 짓기는 싫어. 우리가 그냥 먹는다는 생각으로 쪼금만 할 거야. 딱 한 동만 지어서 관리하면 자기는 크게 신경 쓸 일도 없고 주말농장처럼 어쩌다 한 번씩만 들러도 되잖아? 그리고 기술원 분소도 계속 늘려간다니까 기술적인 조언은 쉽게 받을 수 있을 거고.”
  “…….”
  “아무튼 모두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마.”
  아내가 크게 말했다. 작목반장 M을 철석같이 믿는 눈치였다. 다수는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보기도 했고, 때로는 속으로 콧방귀를 끼며 애매한 미소를 흘리기도 했다.
  “분명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했다?”
  “그렇다니까!”
  “그럼 마음대로 해.”
 
 아내는 마치 다수의 승낙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는 듯 일사천리로 준비했다. 밭이 있는 C군으로 전입신고를 마쳤다. 그날도 아내는, 이사보다는 비닐하우스 시설 자금을 지원받으려는 조치였을 뿐이라고 했다. 아내는 밭에 중형급 관정을 파기 위해 업자를 수소문했다.
관정은 계곡 언저리라 단 한 번에 성공했다. 차가 드나들 수 있도록 굴착기를 불러 길도 넓히고, 밭도 평평하게 골랐다. M이 소개해준 업자에게 비닐하우스를 짓게 했다. 재미삼아 지을 거라며 짧게 설치해달라는 아내의 부탁에 따라, 100m짜리 비닐하우스 한 동이 지어졌다.
다수는 사람들이 일하는 동안 뒷짐지고 어슬렁거리다 차 안에 누워 잠을 잤다.
 
 “좀 도와줄 수 없어?”
  다수가 눈에 띄면 아내가 소리쳤다.
  “결핵이 전염될지 모르잖아?”
  핑계를 댔지만 다수는 사실 일하기 싫었다. 음습한 공기, 시커먼 두더지가 머릿속에 자주 떠올랐다. 다수는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마스크를 낀 채 일하는 아내에게 지금이라도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고 넌지시 물었다. 아내는 다수에게 차라리 차에 들어가서 잠이나 자라고 타박했다.
아내가 밭에서 일할 때면 언제나 M이 나타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얼마나 친절한지 아내에게 흑심을 품은 건 아닌지 의심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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