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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필의 문화에세이(8)전고필(문화기획가, 향토사전문책방 이목구심서 대표)

예술가가 존중 받는 문화도시 담양을 위해서

얼마 전 경북 칠곡에 다녀왔다. 그곳에서는 10여년전부터 인문학도시와 평생학습 도시를 지향하며 열심히 달려온 고장이다. 담양처럼 대도시인 대구와 인접하여 대부분의 생산과 소비를 의탁하고 있는 상황이 엇비슷하다. 특히나 이곳은 6·25 동란때 지역민 대부분이 떠나고 30% 정도만 남아 나머지는 외지인들이 70%를 차지하는 특징을 가진다. 외지인이 많다는 것은 본디 지역이 다져온 삶의 모습이나 형질을 유지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뭐랄까 긍정적으로 보면 다양한 혼종의 문화가 새롭게 이식되고 형성이 되지만 살아왔던 분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참으로 난망하기 그지없는 일이 된다. 그럼에도 모두는 사는 것이 바쁘니 그저 모른체 하며 묵묵히 살아오다 인문학 도시 라는 사업을 통해, 그리고 평생학습을 통해 다양한 문화 경험을 거치게 되고 향유자에서 마침내 “시가 뭐꼬”라는 시집을 내는 70대 80대의 할머니들이 등장하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도시로 성장했다.

이런 모습을 내내 지켜본 나는 세명의 배후 인물이 가진 힘을 또렷이 기억한다. 그 첫째는 이 도시가 진정한 인문학 도시가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칠곡군의 수장인 군수님이다. 아직 한번도 얼굴을 보지 않았지만 내내 존경하는 마음이 들도록 만드신 분이다. 두 번째는 이런 군수님의 뜻을 받아 십여년간 한 자리에서 이 일을 수행한 담당 공무원이다. 오래가면 2년 걸핏하면 1년여만에 자리를 옮기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될 때까지라는 허망한 희망을 걸로 노심초사 그 일에 전전긍긍하며 수행한 뚝심이 칠곡을 타 시군의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세 번째는 칠곡이 고향인 문화기획자이다. 낳고 자란 고향이 성장하도록 대구에서 수시로 들락거리며 군수에게 자신의 고향이 지향해야 할 문화적 가치와 비전을 얘기하고 그 과정을 설계하고 직접 실행하며, 전국의 수많은 전문가들을 초대해서 성장통속에서도 쌓여가도록 배후가 되어주었던 이다. 줄탁동시라는 말이 여기에 딱 어울린다.

그런 칠곡군은 작년에 문화체육관광부의 예비문화도시 지정 심사에서 탈락했다. 이변이었다. 그토록 오랜 세월 문화도시를 스스로 구축했다고 여겼는데 과연 무엇이 그러했을까? 그건 아마 아직 주민의 문화자치가 아직 궤도에 오르지 않은 이유도 있을 것 같았다. 짜여진 프로그램에 들어가 열심히 활동하는 그런 도시가 아니라 스스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함께할 사람들을 모아내며 성장하는 경험은 겪어 보지 못한 것 때문은 아닐까 싶어진다.
하여튼 칠곡에서는 그 일이 무척이나 큰 자극제가 되었나 보다. 내가 그곳에 초대받아 간 것은 군민들이 협의를 통해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비를 군민의 문화활동을 위해 공모제로 바꾸었고, 그래서 공모한 결과 48팀에 500여명이 넘게 신청을 해서 이분들에게 컨설팅도 해 주며 동기 부여를 해 주는 일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애초에는 모두가 함께 모여 축제처럼 그것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 상황이라서 발표자만 외부촉진자(심사의 권위가 아닌 질문을 통해 생각을 촉진하는 이) 앞에서 발표하고 피드백을 거치는 것으로 이런 모든 상황은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주민은 온라인으로 보고 응원하고 투표하며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이었다. 지원금은 한도가 있었는데 가장 많은 단체는 1천만원이고, 가장 적은 단체는 100만원이었다. 그 열기가 자못 뜨거워 지금도 그 순간들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 동안 지원사업은 위에서 정해서 창작자들이 그 뜻을 헤아려 맞춰주는 수동적인 것이었는데, 지역 주민의 문화 활동에 이런 사업지원을 설계하고 직접 시행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달빛고속도로를 타고 돌아오면서 나는 내 고향 담양을 돌아다 봤다. 정책의 내부는 알지 못하지만 담양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이 힘겨워 하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함께할 자리를 마련하려고 나름 노력도 해 봤지만 아직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다. 게으름 탓이기도 하지만 내 자신 조차도 어느 자리를 찾아야 해결 방안이 있는지 알지 못하는 탓이기도 하다. 문화도시를 향해 힘차게 발을 내딛고 1차 관문인 서류 심사에도 통과한 담양은 이제 현장 실사를 목적에 두고 있다. 그분들 앞에서 우리 담양은 인문생태도시를 직접 실천하고 있는 증거로 관내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은 창작활동과 향유를 위해서 공공문화시설은 무료 이용이 기본이고, 매해 창작 지원비가 지원이 되며, 심지어 대중교통은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얘기해 보면 어떨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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