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는 그의 선친 이병철 회장이 평소 자신의 삶의 지주로 삼았던 글이고 이건희 회장 역시 선친의 이 말을 집무실에 항상 걸어놓고 삶을 되돌아보았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이 이룬 경영의 성과와 그가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한 업적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지금 삼성이 세계 최고의 기록을 이룬 제품이 13개나 되고 3천달러의 시대를 3만달러의 시대로 바꾸는 경영의 대변화를 선도했다. 1993년 6월 베를린에 삼성 사장단을 전부 불러놓고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전부 바꾸라는 경영혁신 구호는 유명하다. 그리고 1998년 세계 170여개국을 돌아다니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IOC위원 전원을 만나 한국을 지지해줄 것을 부탁했다. IOC에서도 이 회장의 죽음에 애도를 표할 정도로 세계와 이 나라의 스포츠 발전에 많은 역할을 했다.

그런 이건희 회장이 남긴 세상 사람들을 향한 편지는 지극히 평범한 것을 가르친다.
『돈과 권력이 있어도 교만하지 말고 부유하진 못해도 사소한 것에 만족을 알며 피로하지 않아도 휴식할 줄 알며 아무리 바빠도 움직이고 운동하세요. 3천원짜리 옷 가치는 영수증이 증명해주고 3천만원짜리 자가용차는 수표가 증명해주고 5억원짜리 집은 집문서가 증명해주는데 사람의 가치는 무엇이 증명해주나요. 바로 건강한 몸이요!』
넘겨 줄 재산이 18조원에 이른다는 그도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다.

이건희 회장이 그렇게 세상의 이목을 받으며 떠났다면 별로 시끄럽지 않게 세상을 떠났지만 무척이나 보람 있는 삶을 보낸 사람도 있다.
『힘내, 가을, 사랑해』 이 세 마디를 남기고 떠난 94세의 여의사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 여자 이름은 한원주, 가을의 문턱에 선 지난 9월 30일 세상을 떠난 그 여인은 죽기 한 달 전까지 매일 환자 20명을 돌봐온 부산 매그너스 요양병원의 과장이었다. 
노환이 악화되어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으나 『평소 있던 곳으로 돌아가겠다.』며 자신이 말년을 헌신한 병원에 입원해 생의 마지막 일주일을 보내고 영면한 것이다.
그녀의 헌신적인 환자 사랑에 직원들은 그녀를 과장이 아닌 ‘원장님’으로 부르며 예의를 갖추었다. 한때는 개업의사로서 돈도 벌 만큼 벌었지만 의료선교의원을 운영하며 수십 년간 무료 진료 봉사활동을 펼치다 생의 마지막을 요양병원 의사로 마감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것이 사람의 목숨이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사람을 죽이고 인권을 무시한 사람들은 죽어서도 저주를 받지만 이 두 사람의 죽음에 대해 세상은 무척 아쉬워한다.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렇게 살아보고 싶었던 소중한 날이듯 결국은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화장장이 근처에 있다 보니 매일 줄을 지어 오가는 수많은 장례 차량을 만나게 된다. 그 죽음에 사연이 없고 슬프지 않은 죽음이 없지 않겠지마는 모두가 가야하는 길이고 그리고 죽고 나서 묻히면 한껏 누렸던 세상의 부와 명예, 권력도 전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인 것을 매일 느낀다. 그러나 오늘도 뉴스는 권불(權不) 10년인 것을 모르고 평생을 지금처럼 살 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래봐야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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