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창 이날치를 생각하면서

언텍트 시대 참으로 놀라운 것 중의 하나는 BTS의 열풍이 결코 수그러들지 않는 것이다. 
모국어로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그들의 저력은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음악이란 인류 공통의 자산을 보석같은 치유와 평화의 언어로 전달하는 탁월함이 아닐까 싶다. 
부단한 책읽기와 사유, 세계사에 대한 공감능력을 통해 양산해내는 언어의 조탁을 보면서 나는 담양이 낳은 국창 이날치와 오늘 그의 정신을 이어받아 새롭게 대한민국을 세상에 알리는 이날치밴드를 생각해 본다.

창평면의 해곡리 얼구실 출생이라고 전하는 그를 통해 불광불급이란 무엇인지를 돌아본다. 
소리를 접한 다음 그것을 내가 해야겠다고 여기고 박만순에게 찾아가 수행 고수를 하며 발씻는 물까지 갖다 바치던 10살 연상의 이날치. 하지만 그 오만함에 물을 껴얹고 무등산의 증심사로 들어가 득음의 경지에 오르고 또 다시 스승을 찾아 보성의 박유전 문하에 들어가 서편제를 전수 받아 김채만 등을 통해 전수했던 것은 모두가 아는 일이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햇볕에 물들면 신화가 되고 달빛에 그을리면 전설이 되고, 삼대가 우기면 진실이 된다”라는 말. 이 말처럼 이날치에게는 여러 가지 신비한 얘기들이 따라 다닌다. 해곡리에서 수북면으로 이사를 가면서 주인을 따라가 그곳에서 주인이 가르쳐준 한문과 풍수지리에 능통하였고 그것을 이용해 주인집의 묘자리를 잡아 주었는데 훗날 종놈이 잡아준 자리에 묘소를 쓰는 것이 가당치 않다고 이장을 하려다 불기둥이 솟는 것을 보고 그만 두었다는 이야기나 박유전에게서 사사 받은 ‘새타령“은 그야말로 대단해서 그가 부산의 심곡사에서 새타령을 부르니 새들이 날아와 앉았다는 이야기도 한시 시인 우정 임규 선생을 통해 전해져 온다.
또한 춘향가 중에서 신관사또 부임대목을 할 때 나팔소리를 흉내내면 실제 나팔소리와 구별이 안 될 정도였고, 인경소리가 뎅뎅하고 소리를 하면 정말 인경소리처럼 들렸다고 한다. 
거기에다 대원군의 형 이최응이 그 아들이 죽었어도 감정의 떨림조차 없는 사람인데 그 꼬장한 성격을 탓하는 좌의정 김병학이 이날치의 소리는 사람을 울리고 웃기는 재주를 지녔다고 하니 그럴리가 없다고 도리질하며 직접 불러 들여 시험에 들었다. 
이최응이 감동하면 금 천냥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이날치의 목숨을 거두겠다는 것이었는데, 망설임없이 응해서 심청가중 청이가 공양미 삼백석에 팔려 부친과 이별하는 대목부터 남경장수 뱃사람들에 의해 인당수에 빠지고 부친이 절규하는 대목에 이르러 모든 청중들도 울고 이최응도 눈물을 흘렸다는 말이 전해온다. 
이런 이날치의 소리는 남녀노소, 시인묵객, 나무꾼에 이르기까지 큰 인기를 얻었으며 지극히 서민적인 정서로 노래했다고 전해온다. 성대묘사에 있어서의 달인이자 수리성(거칠고 탁한 소리)의 성량이 풍부해서 광주에서 노래하면 화순까지 들렸다고 전해오는 일설도 있다.

그런 이날치의 기념비가 성암야영장에 1987년 조성되어 우리에게 조선 후기를 빛낸 8대 명창인 분이 우리 고장 분임을 알게 하는 증표가 되고 있다. 그리고 뒤를 이은 박동실의 기념비는 가사문학면의 가사문학관에 들어서 있다. 그런 가운데 금년 한국관광공사의 홍보영상이 큰 화제가 되었다. 아니 그 보다 먼저 이날치밴드라는 국악의 시대정신을 반영하겠다는 그룹이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낯설고 생소한, 그래서 낡은 것으로 치부하던 판소리를 대중의 눈높이에 조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리드하면서 무대와 현장을 압도하는 이날치밴드의 음악은 전혀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아 저 방법도 있었군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힘을 가졌다 
어쩌면 그 뒤를 받쳐주는 엠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의 꼴라보가 또 한번 강렬하게 흡입하는 힘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추측도 든다. 거기에 서울을 비롯한 강릉, 목포, 부산, 안동, 전주 등의 주요 관광지를 홍보한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공유되면서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무려 3억뷰가 넘어 버린 한국관광홍보 영상, 관광공사 마저도 상상하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창조적인 생각을 통해 관광지 홍보의 새로운 페러다임을 제시한 이날치밴드와 관광공사 홍보팀의 뒷배에는 바로 담양의 국창 이날치가 터주대감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법고창신을 하며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고 있는데, 우리 담양 국악의 현주소는 어디에 있을까?
궁금해 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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