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직장 다니는 사람들 윗사람 눈치 보느라 고민과 갈등이 많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항상 돈과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고 사고는 거의 이것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법과 규정을 만들고 여기에 근거하여 업무를 수행하고 책임관계 때문에 문서로 승인을 받고 근거를 남겨 놓아야 한다. 돈을 함부로 쓰거나 사적으로 유용하면 범죄가 되고 사람의 인사(人事)는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직장은 상하관계 속에서 지시를 하고 보고를 하는 즉 어떤 일을 추진하면서 결재 선으로 묶여있고 업무 결과에 책임을 지는 집단이다. 업무는 법과 원칙에 따라 스스로 할 일을 하면 무난하지만 세상일은 불확실성에 따른 변수가 많아 협의를 하고 결심을 하고 지시를 받는 그런 경우가 많다. 이런 과정에서 법과 사적인 이해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막강한 인사권(人事權)의 눈치를 본다.
일을 하다보면 양심과 상충될 때에 고충을 털어놓을 기구가 있고 잘못된 과정을 알리도록 공익제보자 보호법도 있지만 이를 쉽게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자칫 조직의 변절자로 낙인이 찍힐 수가 있고 멀리 보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일이 잘못되면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고 윗사람은 결재만 했을 뿐이라고 발뺌하기 때문에 어디에 하소연 할 곳이 없을 경우 힘든 것이다.  

 최근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허위 문서를 작성하여 불법으로 출국을 금지시켰다는 의혹을 제보했던 신고자는 공익제보자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수사 기밀 유출자가 될 상황이다. 그리고 부당한 지시인 줄 알면서도 불법사찰을 한 많은 공무원들이 수사대상이 되고 처벌을 받아야 할 입장에 처해있다. 모든 게 법을 알고 있으면서도 일어 난 일들이다. 
월성 원자력 1호기 조기 폐쇄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절차의 문제를 감사원에서 감사를 했고 발견된 문제에 대해 검찰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 당시 이 업무를 수행했던 공무원들은 감사원 감사 전날 밤에 관련 자료를 삭제하여 감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구속이 되었다. 왜 떳떳하게 감사를 받으면 될 일을 불법으로 자료를 폐기하면서까지 사실을 감추어야 했을까. 아무리 윗사람이 직위를 이용하여 강요를 해도 공무원은 부당한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일을 한 것은 윗선이 자신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일까. 관련 공무원들은 수사를 받고 여론의 관심 속에서 고민하고 홀로 싸움을 해나가야 할 상황이다. 

부당한 지시를 따르면 선택에 따라 책임도 따른 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무사히 잘 넘어가면 로또와 같은 보답이 따른다는 헛된 믿음에 이런 일이 끊이지 않는 것 아닐까. 
춘풍추상(春風秋霜,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라). 참 어려운 일이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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