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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시평 【대숲소리】/설에 생각하는 마을의 미래김옥열 칼럼위원(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어릴 적, 온 나라가 다 가난하던 시절에도 설 명절은 대단했다. 

워낙 먹고 살기 어렵고, 평소엔 뭐 달착지근한 거 맛보기도 쉽지 않았던 시절이라 먹을 게 많았던 설은 반가움 그 자체였다. 며칠 동안이지만 먹거리는 풍성했고, 새 옷도 얻어 입을 수 있었고, 마을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외지에 나갔던 이들이 돌아오면 명절 며칠은 말 그대로 마을이 들썩들썩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청년들은 청년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모여 서로의 안부를 살피고 맛난 음식을 나누며 정을 도탑게 했다.

특히, 아이들은 추운 겨울이었지만 떼로 몰려다니며 각종 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새로 산 옷 자랑하려 입고 나섰지만 썰매 타다 물에 빠지고 불놀이하다 불구멍 내기 십상이었다. 그렇게 마을은 여러 세대가 어울려 마음을 공유하고 문화를 만들어 나갔다. 그게 마을의 전통이 되고 작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힘이 되기도 했다.

사라지는 마을 공동체
그러나 이제 이런 풍경은 ‘대한늬우스’ 정도에서나 볼 법한, 역사책 속에나 있을 법하다. 
모두가 초고령자들만 거주하는 우리네 시골은 적막감에 휩싸여 있고 온기조차 없다. 도저히 사람 사는 곳 답지 않다. 초저녁에 벌써 불이 꺼지고 외로운 가로등만 마을을 지키는 풍경이 남도 마을 어디나 꼭 같다. 명절이어도 그렇다는 이야기다. 
곧 설인데, 설을 맞이하는 우리 시골마을 풍경이 말이 아니다. 애써 자식들에게 내려오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고, 텔레비전에는 아예 설에 고향방문을 자제하라고 난리다. 모두 코로나19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인구는 말도 안되게 줄고, 그나마도 허리 굽은 어르신들만 사는 우리 농촌이 이제 아예 적막강산으로 변할 판이다. 1년에 두 번 명절 때 나마 복작거리던 마을에 아예 외부인의 발길조차 끊어진 마당이니 어찌 안 그러겠는가.
사람 사는 일이라는 게 늘 한결같을 줄 알지만 변화는 한 순간에 이뤄진다. 집집마다 초상 치고 매장하던 풍습이 어느 한 순간 사라지고 없어져버린 예에서 보듯, 사람 사는 모습, 거창하게 문화하는 게 변하는 건 순식간이다. 가슴 아픈 것은 코로나로 잠시 멈추는 사이 사는 양태가 달라지고 이게 굳어져버리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겨우 2년 여 비대면 수업을 했는데, 학생들이 등교보다 편해하는 모습에서도 그런 단초를 보았는데, 우리네 마을 모습이 따라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는 이야기다.
명절인데 찾아가 뵙기 보다 전화와 선물로 인사를 대신하면 얼마나 편할 것인가. 해보니 좋더라며 아예 그리 가지 말라는 법 없다. 심히 걱정된다. 그렇잖아도 사람 줄어 쓸쓸하게 변해가는 데 이제 도시 사는 이들은 발길 끊고 마음마저 떠나는 상황이 바로 올 것 같아서 말이다.

고향 방문하기 운동이라도?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전염병 창궐 사태가 사그라들 조짐이 안 보인다. 백신만 맞으면 다 해결될 것 같은 기대감도 사라지고, 어떤 상황이 와야 옛날로 돌아갈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으니 답답하다. 
이런 판이니 시골에 계신 우리네 부모님들, 늙어 찾는 이 없어 외롭고, 적막강산인 마을이 더욱 걱정이다. 그런데도 달리 방법이 없으니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숨만 크게 쉬어도 병이 전염된다는 판이니 대놓고 사람들더러 시골에 내려가라고 할 수도 없고. 조금만 더 길어지면 정말로 ‘시골마을은 이제 안 가도 되는 곳’ 또는 ‘가면 안 되는 곳’ 정도로 인식하는 날이 와버릴까 겁난다. 마을 공터에서 비대면 집단상봉이라도 해야 할지, 마을 출신들이 돌아가면서 조심스럽게 방문하기 캠페인라도 해야 할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이런 부질없는 생각이 부질없는 수준에서 끝나고, 한낱 기우에 그치기를 간절히 염원할 뿐 현재로서는 답이 없다. 하루 속히 코로나가 진정돼 마을마다 어르신들 모시고 잔치라도 벌이고, 손주 녀석들은 마을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노는 날이 왔으면 하고 기도할 뿐이다. 
부디 어르신들이 엄동에 맞는 설 명절 잘 보내고 기운을 보존해 새 봄엔 코로나 떠난 마을에서 환하게 웃으며 자식들 맞이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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