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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뉴스 기획연재Ⅴ(소설) 추월산 길라잡이(제28화)

담양뉴스는 『기획연재Ⅴ/소설』로 2020담양 송순문학상 수상작인 강성오 작가의 소설 ‘추월산 길라잡이’를 월2회 연재중입니다. 소설 ‘추월산 길라잡이’는 임진왜란 당시 우리지역 출신 의병장으로 활약했으나 억울하게 처형됐던 김덕령 장군의 아내와 주변 인물들의 비극적인 삶을 형상화한 소설입니다. / 편집자 주.                             

1593년 8월 (제28화)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헉헉거리며 들어오는 민경이와 능주를 어머니가 놀란 눈으로 맞았다. 민경이는 다짜고짜 석청을 달라고 했다. 덕령이가 화상을 입었다면서. 화상 치료에 꿀이 민간요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었다. 그다음으로 참기름이 사용되었고, 된장이나 소똥을 화상 부위에 바른 이도 있었다. 어머니가 삼 개월도 안 되었지만 이거라도 가져가라고 마늘 재운 석청 단지를 통째 내주었다. 민경이는 집안에 무슨 일이 있는지, 건강은 어떤지 등도 묻지 않았다. 오직 덕령이 걱정뿐이었다. 민경이는 단지를 품에 안고 주검동으로 쉬지 않고 뛰었다. 
  
 주검동에 올라보니, 덕령이는 대장간에서 벌겋게 달궈진 쇠를 모루에 올려놓고 땀을 흘려가며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왼팔을 끈으로 묶은 채였다. 망치 소리가 주검동에 쩌렁쩌렁 울렸다. 여남은 명의 장졸들도 무기를 제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화로에 숯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숯불에 벌겋게 달구어진 덩이쇠 뭉치가 여러 개 있었다. 화로에 풀무질을 하는 장정, 다듬질한 쇠를 물통에 넣어 식히는 장정, 숫돌에 창검을 가는 장정, 창검에 나무 손잡이를 끼우는 장정들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민경이는 냉큼 덕령이의 팔에 묶인 끈을 풀고 소매를 걷어 올렸다. 손목과 팔꿈치 중간 부위가 벌겋게 익어 있었다. 진물도 흘렀다. 민경이는 마치 심장을 도려낸 것처럼 가슴이 아렸다. 눈가가 축축해졌다. 민경이는 서둘러 덕령이의 팔에 석청을 듬뿍 발라, 천으로 감싸고 끈으로 질끈 묶었다.
  “나리, 이런 몸으로 기병하실 수 있겠습니까?”
 민경이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덕령이를 보았다. 쓰리고 아플 텐데도, 덕령이는 꿋꿋한 표정이었다.
  “이 정도쯤이야.”
 덕령이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물이 질질 흐르는데, 이 정도라뇨?”
  “팔이 부러진 것도 아닌데 뭐. 설령 팔이 부러졌다 하더라도, 눈 하나 깜짝할 사람이 아니외다.”
  “나리.”
 민경이는 잠시 뜸을 들였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그렇게 뜸을 들이는 게요?”
  “군량미나, 무기를 조달해서 수송하는 것도 중요한 일 아니겠습니까? 군량미를 약탈하려고 도적 떼가 들끓는다는데 나리께서 보급을 담당해주시면 어떻겠습니까? 팔도 아프시잖아요?”
 민경이는 진심으로 간청했다.
  “그런 일도 중요하지만, 그럼 어떻게 형님의 복수를 하겠소? 적장의 심장을 꺼내 우둑우둑 씹어 삼켜도 분이 안 풀릴 텐데, 군량미나 운송하라구요?”
  “그것도 팔이 온전해야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시묘살이 중이잖아요? 시묘살이나 끝나면 출병하시던지요.”
  “이미 약조를 했소. 초장이 끝나면 기병하기로.”
  
 민경이는 덕령이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킨다는 것을. 그래야 사내대장부라고 했다. 인경 오라버니도 그랬다. 오라버니에게 어려서부터 숱하게 들었던 말이라, 덕령이가 약조를 어길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초장이 끝나면 덕령이는 출병할 것이 분명했다.
 
 민경이는 시숙의 비보가 또 뇌리에 떠올랐다. 심란했다. 나라를 위한 방법은 꼭 출병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있을 텐데. 기어이 보내드려야 한단 말인가. 기어이. 민경이는 가슴 깊은 곳에서 치고 올라오는 불길한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답답하고, 먹먹하고, 안타까웠다. 덕령이를 잡을 수 없음에 착잡하고, 구국의 일념으로 나서는 사내대장부의 앞길을 막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답답했다. 깊은 한숨만 터져 나왔다. 화로에서 벌겋게 달궈진 쇠보다 더 뜨거운 한숨이 주검동에 흩날렸다.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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