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剩餘)라는 사전적 의미는 쓰고 난 나머지를 의미한다.

수학을 배울 때 어떤 수를 나누면 나머지가 잉여수이고 경제적으로는 지불할 돈보다 많은 돈을 벌거나 적게 지불하여 남는 돈이다. 세상살이가 변화무쌍하고 살면서 셈법이 적용되고 돈이 안 들어 간곳이 없듯 어디에든 잉여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현대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잉여라는 개념이 다양한 곳에서 발생하고 쓰여 지게 되는데 물건이나 돈이 남는 개념을 넘어 이제 세간의 현실을 반영하듯 사람이 남아돈다는 잉여인간의 개념이 등장했고 이는 실업자나 취업을 못한 사람들을 지칭한다.

최근 언론에 여기저기서 잉여인간을 다루는 기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만큼 이 사회에 남아도는 인간이 많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과거에는 기업이 잘 안돌아가고 돈이 안 벌려서 일손을 줄여야 했다면 지금은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자리를 기계가 대신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40년 전에 컴퓨터와 인쇄술의 발달로 글자를 만들어 치는 공타와 납 활자를 맞추어 신문을 만들었던 조판사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영화계에서는 영화간판을 그리던 화가와 현수막 글씨를 쓰던 사람들도 졸지에 잉여인간들이 되었다.

그러나 잉여인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일찍이 19세기 초 영국의 직물공장 노동자들이 자동화된 직물기계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자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에서 보여주었다. 지금도 그 운동은 노동의 현장에서 기업주와 노동자들의 갈등으로 진행형이다. 금융업에서는 ATM 등장으로 은행창구 인원이 줄어들었고 고속도로 하이패스 출현은 요금 징수원의 자리를 대신했다. 지금 세계가 앞 다투어 대비하고 있는 4차 혁명 즉 인간을 대신하는 로봇과 인공지능(AI), 빅 데이터들이 결합한 미래의 산업혁명이 앞으로 우리들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예측하기 어렵다. 결론은 현재의 일자리는 언젠가 무슨 이유로든 없어지고 변화할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보편화되지 않고 있지만 자율주행 시스템이나 드론 택배가 정착된다면 택시업이나 택배업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고 음주운전에 대한 개념도 바뀔 것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스웨덴 정부가 추진하는 ‘잉여인간 일자리’ 프로젝트를 보도했다. 한 도시의 역에서 승강장 전등을 켜고 끄기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개인이 자유롭게 사용하면 되는 종신직 일자리다. 하루 종일 빈둥거려도 월급 260만원에 급여인상, 퇴직연급지급, 휴가도 보장된다. 이런 황당한 프로젝트를 생각한 건 대규모 자동화와 AI 시대의 인간과 노동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져보기 위해서란다.
이런 잉여인간에 대한 문제는 이미 19세기 초에 러시아의 작가가 ‘잉여인간의 일’이라는 소설을 출간하였고 우리나라도 1958년에 손창섭이 단편소설 ‘잉여인간’을 썼다. 지금의 잉여인간이란 용어는 우리 현실 사회의 높은 실업률을 보여주듯 취업을 못하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자신을 자조하는 단어로 쓰고 있다.

지난해 10월 우리 정부는 국립대 강의실 소등점검 일자리를 만들었다. 30만원을 받고 그 일을 하는 젊은이들은 자신이 우리 사회의 잉여인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농촌이나 공장지역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다고 하는 데 여전히 우리 사회는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다. 잉여인간이 만들어지고 자주 회자되는 것이 왜 그러는 것인지 누구의 책임인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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