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추석에는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정부는 고향 방문을 자제토록 권고했다. 국무총리는 그래도 내려오겠다면 ‘나를 팔아라’고 했다. 그런 효과인지 기어코 귀향하겠다는 여론은 16%에 그쳤고 대신 관광지에서 소가족 단위로 연휴를 보냈다. 코로나 19의 터널 끝이 보인다는 대통령의 그 말에 언젠가는 이 사태가 종식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번 추석 한 번은 못 봐도 섭섭하지만 넘어가자는 것으로 모두들 받아들이고 정부의 방침에 순순히 따랐다. 

이번 설에는 같은 주소지가 아닌 사람은 5인 이상 모일 수 없다는 방역지침을 추가하고 연휴에 면제해주던 고속도로 통행료 제도도 없애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구입은 가능하지만 매장 내에서 취식을 금지했다. 추석에 이어 우리 민족의 전통 설 명절에도 손자손녀나 부모님을 화상전화로 보게 되었다. 정부의 발표가 있던 날 뉴스에 등장한 어떤 할머니는 직접 못 만나도 괜찮다는 말을 하고, 감염확산 방지를 위해 기꺼이 정부 방침을 따라야 한다는 말을 하던데 과연 진심으로 하는지, 보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시는 것 같아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최근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80%가 코로나 19의 방역 통제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통계 결과를 내 놓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과의 대면 접촉의 기회가 줄어들고 이동이 제한되는 기간이 길어지는 현실이 우리의 일상생활을 지치게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매달 급여가 지급되는 봉급생활자들과 달리 사람들이 만나고 오고 가야 장사를 하고 벌어서 사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아무리 정부 보조로 버틴다지만 이제 한계를 절감한다는 것이다. 뉴스에 등장한 고속도로 휴게소 업자는 명절 두 번 대목 특수로 일 년을 버티는데 절망 수준이라고 했다. 

명절이 닥쳐도 명절 분위기가 보이지 않는다. 명절 때 내거는 고향 방문을 환영한다는 현수막 대신 사회적 거리두기로 안전한 명절 보내자는 현수막이 대신하고 있다. 명절 날 만나자는 친구 동창 모임도 사라져 가고 있다. 젊은이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친척 방문이나 어려운 설 차림을 할 필요가 없고 기나 긴 연휴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이것은 단순한 휴가에 불과할 뿐, 명절이 아니다. 

그러나 한 번쯤 생각해 볼 점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무너져 가는 가족 혈육 고향 명절의 아름다운 단어들이 코로나 19의 방역 통제로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고 젊은이들은 그것을 별 의미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저 소가족 단위로 보내는 연휴가 즐거울 뿐이다. 단기간이면 예전으로 다시 돌아 갈 수 있지만 이런 현상이 장기화 된다면 현재와 같은 방역 통제 방법을 피로감 없이 언제까지 계속 인내하고 받아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코로나 19바이러스와 함께 1년을 지내보니 이 바이러스가 백신이나 치료제로 완전히 잡혀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어지고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 갈 수 있다는 확신보다 장기화 될 것 같은 불안감이 늘어나고 있다. 백신을 맞는다고 완전 예방이 되는 것도 아니고 지속기간도 짧고 후유증에 대한 안전한 연구 결과도 부족하여 먼저 맞아야 할 노령층에 대한 백신 접종을 미루는 일까지 발생했다. 세월이 줄달음치는 노인들이 괜찮다며 보고 싶은 혈육의 정을 억제하고 계속 미루는 것이 그래서 측은하게 보이는 것이다. 

자녀들아, 이번 설에는 꼭 화상전화로 세배 드리고 용돈도 단단히 챙겨서 보내드려라. 혈육의 정(情)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나. 

장광호 편집국장  d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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